또 증시 흔드는 렘데시비르…임상 실패? "아직 판단 이르다"

FT "코로나19 효과 입증 실패" 보도
길리어드 "중국 임상 의미 없어"
렘데시비르가 또 세계 증시를 흔들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간밤 미국 증시는 렘데시비르 관련 뉴스에 출렁였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가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실수로 이 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를 FT가 인용한 것이다.보도가 전해진 이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상승폭의 400포인트를 잃었다.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킬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다우 지수는 0.17% 상승에 그친 채 장을 마감했다.

렘데시비르 이슈는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오전 11시1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73% 하락한 1900.69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1900선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렘데시비르 뉴스가 뉴욕 증시를 넘어 국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도 일시적이란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는 전날 국제유가의 반등에 종가 기준으로 4거래일 만에 1900선을 탈환했다. FT의 보도 이후 길리어드는 반박 성명을 통해 "중국에서의 실험은 참가자 부족으로 조기 종결됐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WHO도 이 보고서가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았으며, 실수로 노출돼 삭제했다고 전했다.

◆ "렘데시비르 실패 판단 어렵다"

중국 임상 3상의 일부 결과로 렘데시비르의 임상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F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임상은 15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 79명에게 가짜약(위약)을 투여했다. 사망률은 렘데시비르 투약 환자가 13.9%, 대조군이 12.8%로 렘데시비르 투여군이 오히려 더 높았다. 일부에서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임상은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 감소로, 임상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도중에 중단됐다"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의 결과만으로 유효성을 결론내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3상의 경우 임상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렘데시비르의 임상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글로벌 3상의 공식적인 결과발표 시점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7일 미국 의학매체 스탯(STAT)은 시카고대에서 진행한 렘데시비르 임상 3상 결과,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이 1주일 이내에 퇴원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대는 중증 환자 113명을 포함해 코로나19 환자 125명을 모집해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이 보도가 전해지면서 당일 코스피는 3% 급등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도 2~3%대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보도에 대해서도 길리어드는 당시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서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美 국립보건원 "아직까지 권장할 약 없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렘데시비르를 포함해 아직까지 코로나19 치료에 권장할 치료법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NIH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법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NIH 측은 "의학논문 및 언론에서 다양한 약제가 코로나19 환자을 성공적으로 치료한다는 주장이 발표되긴 했지만, 최적의 치료법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임상 결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NIH는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언급되는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권장하거나 반대할 임상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며 "이 약품을 사용할 때 임상의는 환자에게 부작용이 있는지 모니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렘데시비르는 물론, 혈장 치료 역시 임상 결과가 충분치 않다고 했다. 이들도 임상시험 외에 사용을 권장하지 않았다.

한민수/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