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정 폐쇄 시작됐다"…유가 이틀새 45% 뛰었다

산유국 감산, 美·이란 갈등 영향
국제 유가가 사흘 연속 상승세다. 쿠웨이트와 미국 등에서 원유 감산 움직임이 이어져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에 유가가 계속 오르기보다는 한동안 박스권에서 횡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은 배럴당 17.10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18달러 선까지 올랐다. 지난 21일(배럴당 11.57달러)에 비하면 약 45% 뛰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영국 국제상업거래소(ICE)에서 배럴당 21.60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21일 배럴당 19.33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폭락세를 이기지 못한 주요 원유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유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산유량의 15%를 차지하는 멕시코만 해상 유전이 속속 폐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오클라호마주 에너지 당국은 원유 기업이 저수익 유정을 폐쇄해도 한동안 유전 임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하락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뉴멕시코주 당국도 비슷한 조치를 내놨다. 헤지펀드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이사는 “미국 곳곳에서 원유 생산을 줄이는 조치가 나오고 있다”며 “수급 균형을 일부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기대감도 원유 선물 가격을 올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10개 주요 산유국 모임(OPEC+)은 다음달부터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쿠웨이트는 이미 원유 수출량도 줄였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23일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미군이 페르시아만에서 이란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면 즉시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고속단정이 성가시게 굴면 파괴하라고 미 해군에 명령했다”고 위협한 데에 대한 대응이다.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상승세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컨설팅기업 트래디션에너지의 진 맥길리언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파괴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가는 단기간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기업 CMC마켓의 마이클 매카시 수석시장전략담당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원유 공급이 과잉이기 때문에 WTI 가격은 당분간 배럴당 15~20달러 수준을 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