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늘해진 부산 민심…바짝 엎드린 민주당

오거돈 '성추행' 후폭풍

이인영 "피해자·국민께 깊은 사과"
김두관 "성범죄 처벌수위 높여야"
젠더폭력 근절 위한 TF 만들기로

내년 보궐선거 후보 거론 사라져
"무공천, 정치적 책임져야" 의견도
27일 윤리심판원 열어 吳 제명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부산 지역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15 총선에서 나타난 여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오 전 시장 사건을 계기로 더욱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부산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던 민주당 후보군도 향후 행보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24일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민심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전 시장의 강제 추행과 관련해 피해자와 부산 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최대한 빨리 윤리위원회(윤리심판원)를 열어 납득할 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 추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최고위원, 이인영 원내대표, 박광온 최고위원. 연합뉴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치권에서 또다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특히 민주당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이 반복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있을 윤리심판원에서 무관용 원칙으로 빠르게 징계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최고위원은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개선 조치를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부산·경남(PK)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4·15 총선을 이끈 김두관 경남 양산을 당선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오 전 시장에 대한 처벌은 법에 따라 엄정히 이뤄지겠지만 본인이 사실을 인정한 만큼 민주당의 제명 조치는 당연하다”고 적었다. 그는 “시정 공백이 우선 걱정인데 권한대행과 시의회가 협조해 차질 없이 시정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며 “이런 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진갑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영춘 의원도 “부산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과거 시장 선거에서 그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사람으로서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 민주당 소속 PK 지역 의원은 “오늘 지역에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는 원망의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나마도 좋지 않던 민심이 완전히 떠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오 전 시장이 시정을 못 해서 부산 의석이 줄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던 중에 이런 일이 터져서 눈앞이 캄캄하다”면서도 “아직 보궐선거까지 1년이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일부 부산 지역 당선자의 SNS에는 “부산 시민이 ‘호구’냐”는 지역 주민의 댓글과 함께 휴대폰에는 “보궐선거 후보 내지 마라”는 문자폭탄이 날아든 것으로 전해졌다.보궐선거 출마가 거론되던 부산 지역 의원들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박재호·전재수·최인호 의원 등 부산 지역 당선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내년으로 점쳐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춘 의원 역시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부산시장 출마에 관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아예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 당 귀책사유로 발생한 일이라서 정치적으로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할 때는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오는 27일 회의를 열어 오 전 시장 제명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리심판원은 제명 논의에 앞서 이날부터 오 전 시장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였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