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같은 지옥도…요즘 젊은이들의 생존 투쟁 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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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공포 극대화하려 사연없는 악당 등장" 윤성현 감독 신작 '사냥의 시간'은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왔다. 2011년 데뷔작 '파수꾼' 이후 9년 만이다.
완성되고도 공개까지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행을 택하면서 법정 공방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윤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 관객이 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겁도 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불법 도박장을 턴 청년 4명이 의문의 사냥꾼에게 쫓기면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다.
한 고교생의 죽음을 놓고 친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는 '파수꾼'과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전작이 인물 감정과 드라마를 세밀화처럼 그린 독립영화라면, 신작은 스릴러와 추격전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100억원대 상업 영화다.
윤 감독은 "드라마와 대사 위주에서 탈피해 단순하고 직선적인 이야기를 비주얼과 사운드를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 배경은 희망이 사라진 도시다. IMF 금융위기가 닥치고, 거리에는 정리해고를 규탄하는 시위대 구호가 울려 퍼진다.
그라피티로 가득한 빈민가는 노숙자가 넘쳐나고, 청년들은 범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광경들이다.
설정은 가까운 미래지만, '헬조선'이라 불리는 현실을 풍자했음을 알 수 있다.
윤 감독은 "청년 세대가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빗댄 것을 보고 우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존에 관한 은유가 담긴 영화"라고 소개했다.
디스토피아적인 공간은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 표현했다.
어린 시절 겪은 IMF 외환위기 때 잔상들, 남미 여행 당시 화폐가치가 무너져 음료수 한 병을 사려고 해도 돈다발을 줘야 했던 광경 등 인생에서 강렬한 기억들을 모아 지옥도로 완성했다. 이 영화에는 그의 데뷔작 '파수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제훈, 박정민이 출연한다.
당시에는 윤 감독처럼 모두 출발선에 있던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충무로를 이끄는 대세 배우로 성장했다.
그들이 한발씩 나가며 출발선에서 멀어지는 동안 윤 감독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사냥의 시간' 전에 200억원대 규모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데 4~5년을 쏟았지만, 제작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독립영화 한 편을 연출한 감독으로서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한 것이다.
윤 감독은 절치부심해 2017년 '사냥의 시간' 대본을 썼다.
그는 "여우처럼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한 작품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변화가 필요할 때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다음부터는 여러 작품을 써놓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신작에는 또다른 대세 배우인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도 등장한다.
특히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으로 나오는 박해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말없이 서 있는 모습과 눈빛만으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윤 감독은 그가 출연한 연극 '남자충동'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극에서 한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외국영화에선 사연이 없는 악당이 종종 나옵니다.
'로드 투 퍼디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요.
반면 한국 영화는 드라마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모든 인물에 사연과 이유를 넣는데, 이렇게 되면 공포감이 약해집니다. 우주나 심해가 무서운 이유는 잘 모르고 낯설어서죠."
영화는 언뜻 후속편을 암시하는 것 같은 결말로 끝나지만, 윤 감독은 "후속편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완성되고도 공개까지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행을 택하면서 법정 공방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윤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 관객이 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겁도 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불법 도박장을 턴 청년 4명이 의문의 사냥꾼에게 쫓기면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다.
한 고교생의 죽음을 놓고 친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는 '파수꾼'과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전작이 인물 감정과 드라마를 세밀화처럼 그린 독립영화라면, 신작은 스릴러와 추격전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100억원대 상업 영화다.
윤 감독은 "드라마와 대사 위주에서 탈피해 단순하고 직선적인 이야기를 비주얼과 사운드를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 배경은 희망이 사라진 도시다. IMF 금융위기가 닥치고, 거리에는 정리해고를 규탄하는 시위대 구호가 울려 퍼진다.
그라피티로 가득한 빈민가는 노숙자가 넘쳐나고, 청년들은 범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광경들이다.
설정은 가까운 미래지만, '헬조선'이라 불리는 현실을 풍자했음을 알 수 있다.
윤 감독은 "청년 세대가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빗댄 것을 보고 우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존에 관한 은유가 담긴 영화"라고 소개했다.
디스토피아적인 공간은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 표현했다.
어린 시절 겪은 IMF 외환위기 때 잔상들, 남미 여행 당시 화폐가치가 무너져 음료수 한 병을 사려고 해도 돈다발을 줘야 했던 광경 등 인생에서 강렬한 기억들을 모아 지옥도로 완성했다. 이 영화에는 그의 데뷔작 '파수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제훈, 박정민이 출연한다.
당시에는 윤 감독처럼 모두 출발선에 있던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충무로를 이끄는 대세 배우로 성장했다.
그들이 한발씩 나가며 출발선에서 멀어지는 동안 윤 감독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사냥의 시간' 전에 200억원대 규모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데 4~5년을 쏟았지만, 제작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독립영화 한 편을 연출한 감독으로서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한 것이다.
윤 감독은 절치부심해 2017년 '사냥의 시간' 대본을 썼다.
그는 "여우처럼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한 작품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변화가 필요할 때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다음부터는 여러 작품을 써놓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신작에는 또다른 대세 배우인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도 등장한다.
특히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으로 나오는 박해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말없이 서 있는 모습과 눈빛만으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윤 감독은 그가 출연한 연극 '남자충동'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극에서 한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외국영화에선 사연이 없는 악당이 종종 나옵니다.
'로드 투 퍼디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요.
반면 한국 영화는 드라마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모든 인물에 사연과 이유를 넣는데, 이렇게 되면 공포감이 약해집니다. 우주나 심해가 무서운 이유는 잘 모르고 낯설어서죠."
영화는 언뜻 후속편을 암시하는 것 같은 결말로 끝나지만, 윤 감독은 "후속편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