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美北협상 모두 교착…멈춰선 '비핵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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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 2주년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한 4·27 판문점 선언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남북간 냉기류는 여전하다. 남북 관계가 한 발짝 진전 없이 4·27 선언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적인 평가도 나온다.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북한은 이른바 ‘새로운 길’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우리 정부와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최근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문제가 향후 남북 관계의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北 다시 강경노선으로 돌아서
南 '관계 개선' 타진 메아리 없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1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 △군사 긴장 상태 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약속을 담은 4·27 선언을 발표했다. 그해 5월과 9월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추가로 열리고, 6월 미·북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이런 화해 분위기도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사그라들었다. 지난 2년여간의 비핵화 협상은 결과적으로 전후좌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밀고 당기기의 연속이었다. 작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 10월 스톡홀름 협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비핵화 협상도 교착 국면에 빠졌다.
비핵화 협상이 결렬 수순을 밟자 북한은 다시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다. 김정은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를 대신해 내놓은 당 중앙위원회 연설문에서 미국을 겨냥해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1만8000여 자 연설문엔 ‘북남(남북) 관계’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잠시 주춤했던 무력시위도 재개했다. 지난 2일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올 들어 다섯 번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공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가 미·북 관계를 앞질러 갈 수 있다며 대북제재 위반의 모호한 경계선상에 있는 우리 국민의 대북 개별관광 추진을 공식화했다. 김정은 답방을 위해 남북이 여건 조성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건강 악화설에 휩싸인 김정은의 신변 이상 여부가 향후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권력구조 재편에 대비한 전략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