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시장, 한숨 돌렸지만 '온도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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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카드·캐피털社, 잇단 3년물 발행신용카드사와 캐피털회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 모기업 지원 여력이 부족한 여전사들의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금융지주나 대기업 계열 회사들이 민간 채권평가사의 시가평가 금리(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전채와 함께 관심에서 멀어졌던 A급(신용등급 A-~A+) 일반 회사채도 이달 들어 신규 발행에 성공하면서 줄줄이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나서고 있다.3년 만기 여전채 속속 발행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신용등급 ‘AA-’ 이상 여전사들은 최근 들어 민평금리 이하로 3년 만기 채권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22일 KB국민카드(신용등급 AA+)가 찍어낸 3년물 채권 300억원어치의 금리는 연 1.71%로 같은 신용등급의 여전채 민평금리보다 0.04%포인트 낮았다. AA- 등급의 메리츠캐피탈과 신한캐피탈도 3년 만기 채권을 각각 14일과 17일 연 1.81%와 연 1.792%로 발행했다. 당시 민평금리는 연 1.904%였다.
'A+' 이하는 자금조달 애로
신용등급 'AA-' 이상 호조
A급 회사채 시장도 기지개
코로나19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여전사들은 1년 만기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자금 운용 측면에서 3년짜리 채권이 안정적이지만 채권을 사주겠다는 투자자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사들은 전체 자금의 70%를 채권 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나 대기업들이 신용을 보강해주는 우량 여전채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안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캐피탈과 신한캐피탈 BNK캐피탈 등이 지주사로부터 자금 여력을 키웠다.
반면 ‘A+’ 이하 여전채는 아직도 찬바람이 거세다. 여전채 시장의 큰손이었던 증권업계가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위험성이 부각되자 현금 마련에 바빠졌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A-인 효성캐피탈은 지난 22일 민평금리보다 0.6%포인트 높은 2.8%에 1년6개월물을 발행하기도 했다.A급 회사채도 줄줄이 ‘노크’
여전채 시장 일각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신용등급 A급 일반 회사채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대오트론과 풍산, 아주산업이 이달 들어 회사채 투자 수요 확보에 성공한 데 이어 동아쏘시오홀딩스(450억원)와 대한제당(400억원)도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2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28일엔 하나에프앤아이의 수요예측(1200억원)이 예정돼 있다. 이달 수요예측에 나선 A급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자금을 조달한다. 국도화학 매일유업 보령제약 한일홀딩스 NS홈쇼핑 등도 회사채 발행을 위해 대기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A급 회사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자 투자자들이 조금씩 다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수요예측을 마친 풍산은 채권의 최고 희망금리를 민평금리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에 최대 2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소식도 호재가 됐다.금융권 관계자는 “숨죽였던 A급 기업들이 채권발행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가 됐지만 시장의 경계심은 아직 크다”며 “기업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 하락 추세 위험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박진우/김진성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