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엠브라에르 '42억弗 빅딜' 무산

항공업계 '코로나 후폭풍' 지속

보잉 "계약조건 어겨 철회한 것"
엠브라에르 "경영난에 부당 파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거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과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인수합병(M&A) 계획이 무산됐고, 에어프랑스 KLM 루프트한자 등 경영난에 빠진 항공사들은 각국 정부를 상대로 자금 지원 요청에 나서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2018년 말부터 엠브라에르와 추진해 온 민간 항공기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보잉은 42억달러를 내고 엠브라에르의 상업용 항공기 부문 지분 80%를 인수한 뒤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보잉은 “엠브라에르가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에 계약 파기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엠브라에르는 “부당한 계약 파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경영난에 빠진 보잉이 M&A를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보잉은 부실한 재무 상태, 737맥스 기종의 결함 등 회사 평판에 대한 문제 때문에 계약을 철회하려는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해를 보상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4위를 다투는 대형 항공기 제조업체다. 두 기업의 M&A 소식은 미국과 브라질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빅딜’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항공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페드로 갈디 미래에셋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보잉의 M&A 포기는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경제 위기의 결과”라며 “기업으로서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항공사들도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는 총 100억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4개국 정부와 협상 중이다. 루프트한자는 올 1분기에만 12억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금은 항공기의 5% 정도만 운용되고 있어 2분기 손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에어프랑스와 KLM항공도 각각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 및 은행으로부터 90억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두 항공사는 수개월간 운항이 9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