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한국판 줌'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로 관심 모으는 '언택트' 솔루션
화상회의 강자 '줌' 버금가는 국산SW 많아
정부가 원격교육 등에 활용, 산업발전 꾀해야

박수용 <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사건)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파장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국면이다. 여기저기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상황을 예측하거나 일찍이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 이후 어떻게 무너진 경제 시스템을 재건해야 할지, 또다시 찾아올 수 있는 제2, 3의 코로나 공격으로부터 우리 생명과 일상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사는 실세계가 외부 충격에 노출됐을 때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 세상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기업들은 원격근무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도 업무 역량을 유지해야 했고, 각급 학교 또한 원격수업 체제로 전환한 뒤 교육의 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어찌 됐든 실세계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인지 ‘기업의 디지털 혁신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①최고경영자(CEO) ②최고기술책임자(CTO) ③코로나바이러스 중 ③이 정답이라는 얘기가 SNS에 돌아다닐 정도다. 전통시장과 영화관 같이 비즈니스 자체가 대면(對面)을 기반으로 하는 업종, 반드시 모여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기업, 모여서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학교와 학원, 대면으로만 진단과 처방을 하던 병원들도 조금씩 언택트(untact·비대면) 기술을 적용할 방안을 궁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최근 언택트 붐을 타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줌’이 주목받고 있다. “원격회의하자”는 말 대신 “우리 ‘줌’ 할까”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이런 인기에 근거한 것일까, 교육부는 최근 원격교육을 시행하면서 장관과 시·도 교육감이 화상회의를 할 때 줌을 사용했다. 이후 교육계 행사에서 줌을 이용하는 모습이 자주 공개되고 있는데 교육부가 앞장서 줌 사용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란 초유의 사태로 원격교육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교육부로서는 줌이든 다른 어떤 소프트웨어든 온라인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이야기는 많이 한다. 그러나 이런 극적인 반전은 단순히 구호만 외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 치밀한 기획, 역발상적인 아이디어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국내에는 ‘줌’ 같은 원격회의나 교육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꽤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이 분야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가 국산 솔루션을 기반으로 회의를 하고, 그 모습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소개됐다면 어땠을까.

한때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던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잘 극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언택트 시대를 선도할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 위기가 기회로 전환되려는 시점에 있는 것이다. 이런 때에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전문성과 치밀한 기획을 기반으로 한 역발상적 아이디어로 언택트로의 변환을 산업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10년 전쯤 필자는 “분단의 아픔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자”는 역발상적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 상황은 우리에게는 큰 아픔이지만 실제 사용되는 휴전선 경계 시스템을 비롯한 여러 무기 체계가 다른 나라에는 검증된 제품일 것이라는 얘기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우리 선조들의 격언처럼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정신만 잘 차리면 우리의 산업·제품 브랜드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운(運)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