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동성 수혈'에 코로나발 항공업 구조재편 빨라지나

'인수 무산설' HDC현산 우회 압박…제주항공 '규모의 경제' 이룰까
정부 "LCC 추가 지원 검토 안한다"…FSC 위주 지원에 LCC 불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항공업계 구조 재편 작업이 정부의 유동성 수혈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에는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에 마이너스 통장 형태인 한도 대출로 1조7천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의 공은 다시 HDC현대산업개발(현산)로 넘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의 적자와 부채 규모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가운데 현산이 이달 말로 예정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인수대금 납입을 사실상 연기하는 등 인수를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인수 무산설도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 애를 태운 것은 현산보다 산은 등 채권단이었지만, 이번 지원 결정으로 오히려 정부가 현산에 인수 작업의 조속한 마무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기업 결합 심사 6주 만에 '쾌속' 승인했다. 제주항공은 일단 현재 진행 중인 해외 결합 심사까지 완료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1천500억∼2천억원을 토대로 잔금 납부 등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스타항공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직원 350명 내외를 구조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인력 구조조정을 두고 제주항공으로의 인수에 대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스타항공이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들어갈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한 만큼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제주항공이 당초 기대한 것처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업계 3위 굳히기'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항공업계 추가 지원 방안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재무 상황이 더 열악한 LCC 업계의 불만도 크다.

정부는 LCC에 대해서는 앞서 2월17일 발표한 3천억원 내외의 유동성을 조속히 집행할 방침이다.

현재 3천억원 중 에어서울·에어부산 544억원, 진에어 300억원, 제주항공 400억원, 티웨이 60억원 등 총 1천304억원이 집행된 상태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아예 지난 24일 열린 간담회에서 "LCC 추가 지원은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발표한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책이 LCC에만 초점이 맞춰져 FSC의 지원 요청이 잇따른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이를 두고 LCC 업계 내부에서는 "지원책이 발표된 지 2개월이 지났는데도 (3천억원의) 절반도 채 집행이 안 됐는데 이러다 진짜 올해 망하는 LCC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장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통매각'된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매각 가능성 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 방안에 아직 취항하지 않은 신생 항공사는 제외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 올해 신규 취항을 준비 중인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방안의 조속한 집행 여부와 추가 지원 등에 따라 항공업계 구조 재편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