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초, 자동차 사고의 '골든타임'…충돌 예측하는 에어백 나온다

부품 이야기

현대모비스 루프에어백

교통사고로 인한 중증 외상환자는 1시간, 뇌경색 환자는 4.5시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이른바 ‘골든타임’이다. 자동차의 골든타임은 0.03초다. 사고 후 운전석 에어백이 터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찰나에 터진 에어백이 사고 시 운전자 생명을 구한다.

1953년 미국 토목기사 존 헤트릭이 에어백을 처음 발명했다. 최초의 에어백은 자동차 후드 밑에 압축 공기를 두고 차량 곳곳에 공기주머니를 설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공기가 퍼지는 속도가 빠르지 못해 널리 이용되기는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거쳐 1968년에 질소 생성 고체 추진체가 개발되면서 오늘날 에어백의 원형을 갖췄다. 1980년대부턴 적용하는 자동차회사가 늘면서 에어백은 안전벨트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에어백은 운전자뿐 아니라 차량 내 다른 탑승객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와 형태로 그 기능을 진화시켜 왔다. 운전석과 동승석 에어백뿐 아니라 측면 충돌에 의한 어깨, 목, 머리 부위 상해를 방지하는 사이드에어백과 커튼에어백, 무릎 충격을 감쇄하는 무릎에어백 등 현재 생산되는 차량에는 차종별로 최대 12개의 에어백이 장착된다.

최근에는 차량 전복 사고 시 승객의 신체가 루프 면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주는 에어백도 등장했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루프에어백 기술을 개발해 양산 단계에 이르렀다. 루프에어백은 차량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때 후방에서 전방으로 전개돼 0.08초 만에 루프 면 전체를 덮어 승객 이탈을 막아준다.

루프에어백 안전성 평가 결과 차량 전복 사고 시 승객 이탈이 100~200㎜ 수준에 그친다. 루프에어백이 선루프가 열린 상태로 차량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을 보호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확인된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2세대 루프에어백은 이탈을 100㎜ 이내로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루프에어백의 성능 평가를 했다. NHTSA는 이 평가 결과를 지난 1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주관하는 정부, 산학 연계 기술 세미나에서 발표하며 현대모비스 루프에어백의 승객 보호 성능을 확인했다. NHTSA가 루프에어백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선루프 이탈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NHTSA에 따르면 2000년부터 15년간 차량 전복사고 1만3700여 건 가운데 차량 바깥으로 승객이 이탈한 경우는 2400여 건, 이 중 10%가 선루프를 통해 이탈한 사고였다.

자동차 승객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에어백은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더 첨단화·지능화할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차량 내 좌석의 배열과 위치가 바뀌고 탑승객 자세도 달라지기 때문에 지능형 에어백의 중요성이 커진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를 안전 부품과 연동하는 통합제어시스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좌석 벨트와 에어백을 카메라와 레이더 등의 센서에 연동해 차량 충돌이 예상되면 미리 좌석 벨트를 조이거나 충돌 강도에 따라 에어백 전개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