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21주년 맞은 국가대표 은행…지주사체제 전환으로 제2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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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이 뛴다우리은행은 올해로 설립 121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장수기업이다. 지난해 1월 지주회사체제로 새 출발하면서 제2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대한민국의 정통 민족은행’으로서 혁신 성장기업 투자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한천일은행부터 121년 역사우리은행의 전신은 1899년 1월 30일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다. ‘화폐융통(貨幣融通)은 상무흥왕(商務興旺)의 본(本)’, 즉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 자금과 정부 관료, 조선 상인이 납입한 민족자본으로 탄생한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다.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1910년 이후 조선총독부에 의해 대한천일은행의 이름은 조선상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이후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은행명이 변경됐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뿌리는 한일은행이다. 조선신탁과 조선중앙무진이 한일은행의 전신이다. 1932년 설립된 조선신탁 주식회사는 부동산, 유가증권, 금전 신탁자금 운용 전문 금융회사로 기업 금융을 담당했다. 1936년 설립된 조선중앙무진 주식회사는 서민 금융과 중소기업 금융을 주로 담당했다. 두 회사는 광복 후 합병해 상호를 한국흥업은행으로 바꿔 기업 금융 전문 은행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을 견인했다. 1960년 정부의 은행 민영화 조치에 따라 당시 대주주인 정부가 소유 주식을 삼성물산 계열에 매각하면서 민영화됐고, 이때 한일은행이 됐다. 이후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로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합병하면서 1999년 1월 한빛은행이 탄생했다. 한빛은행은 2002년 2월 평화은행을 흡수합병하고 그해 5월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우리은행은 일찍부터 해외 선진 금융기법 도입을 위해 힘써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금융회사에 직원을 파견했다. 1959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게 여성만을 위한 은행 영업점인 ‘숙녀금고’를 개설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돕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경제 개발에 필요한 국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금제일주의’를 내건 저축 운동도 전개했다. 1965년 6월 시중은행 최초로 예금잔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신종 예금상품(안심예금, 수도예금, 어린이예금, 요일적금 등)을 개발해 저축 증대 운동에 앞장섰다. 1967년에는 시중은행 최초로 외국환 업무를 시작해 기업의 수출입, 외환, 무역금융 업무, 지급보증 업무 등 지원에 나섰다.
‘글로벌 리딩뱅크’ 구축 진행 중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중 빠르게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영토를 넓혀 왔다. 1968년에는 은행 최초로 일본 도쿄에 해외 지점을 개설해 영업망을 키웠다. 2015년 국내 은행 최초로 해외 네트워크 200개를 달성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캄보디아 WB파이낸스를 인수하며 약 5년 만에 해외 네트워크 477개를 확보했다. 이 같은 수치는 글로벌 은행 중에서도 20위권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올해부터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업을 더욱 활성화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현지 우량 기업 위주로 마케팅을 벌이고 점포별 특화 영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모기지론·오토론 등 고객 생애주기를 고려한 다양한 상품 라인업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족한 영업망을 보완하기 위한 비(非)대면 채널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타 업종과 제휴·연계한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금융(I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주요 금융 중심 도시에 IB데스크를 설치하고 현지 기업에 맞는 다양한 딜(거래)을 발굴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호주와 뉴질랜드 현지 신디케이트론(집단 대출)에 참여하면서 자금 일부를 호주 은행에서 직접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엔 은행들이 해외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할 때 환전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중심으로 구축한 글로벌 영업채널과 고객을 기반으로 계열사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연계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121년 장수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뚝 서는 은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