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3만명 북튜버 김겨울 "나는 유튜브와 종이책 사이의 다리"

'겨울서점' 운영자 김겨울

2017년부터 유튜브에서 자신이 인상깊게 읽은 책 소개
‘따뜻한 다락방’, ‘친근한 서재’ 등의 콘셉트
“구독자들과 신뢰 쌓기 가장 중요
책 홍보용 영상은 한 달에 1번만
종이책과 유튜브 사이 간격 점점 좁아져”
유튜브를 통해 책을 소개하는 북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김겨울 씨. /'겨울서점' 화면 캡쳐.
“저는 유튜브와 종이책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요.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에서 종이책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죠. 솔직히 북튜버(Book+Youtuber) 채널을 처음 시작할 땐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김겨울(30·본명 김지혜) 씨는 지난 20일 서울 구파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운영자이자 싱어송 라이터, 작가, DJ다. 겨울서점은 2017년 1월 열었다. 현재 구독자 수는 13만2000여명이다. 국내 북튜브 채널 중 구독자가 가장 많다. 지난해 7월엔《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유유출판사)을 펴내 북튜버로서의 일상과 전망에 대해 소개했다.그는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북튜버가 되진 않았다. 말 그대로 ‘좋아서’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읽은 후 감명을 받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인기 북튜버로 성장했다. 김씨는 “좋아하는 분야는 주로 인문과 문학, 과학 등”이라며 “직업상 책을 1년에 최소 100권 읽는다”고 말했다. 또 “유튜브 구독자들 중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일부 악플을 제외하면 영상 댓글은 마치 오프라인 독서모임처럼 화기애애하고도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책은 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나 인상깊은 신간들이 소개된다. 출판사의 요청으로 책 광고를 하기도 한다. 김씨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책과 홍보 요청이 들어오는 책 스타일의 차이가 없어져서 영상 제작 자체가 힘들진 않다”며 “그래도 광고 영상은 한 달에 1번 이상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튜버로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종이책의 매력을 영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뜻한 다락방이나 친근한 서재와 같은 콘셉트로 영상을 촬영한다. 책의 내용을 절대 ‘스포’하지 않는다. “책의 포인트를 짚은 후 구독자들이 오프라인 책을 손에 들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김 씨는 설명했다. “주요 문장을 캘리그래피 영상으로 만들거나 내용을 애니메이션화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들고 있는 이 책의 아우라나 결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건 아직도 정말 힘들죠.”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통해 책 콘텐츠를 소개하는 김겨울 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 서울책보고에서 일본의 유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겨울서점' 화면 캡쳐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겨울서점의 장점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유키 구라모토와의 인터뷰, 국립중앙도서관의 일반인 통제구역 견학, 출판사 편집자들과의 만남, 독자들이 보낸 사연 소개 등 책을 매개로 다채로운 분야를 다룬다. 겨울서점 운영자로서 제일 강조하는 건 구독자에게 전달하는 신뢰를 깨지 않는 것이다. “‘겨울서점이 소개하는 책은 다 괜찮다’는 믿음을 쌓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런 신뢰 없이는 북튜버로서 활동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계속 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고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 '겨울서점' 운영자 김겨울 씨가 국립중앙도서관 내 일반인 출입 통제구역에 특별 허가를 받아 촬영한 모습. /'겨울서점' 화면 캡쳐
북튜버란 직업의 미래에 대해선 “모르겠다”면서도 “희망은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튜브 분야에서 스타급 채널이 많이 나와야 시장이 커진다”며 “최근엔 서점이나 출판업계에서도 북튜브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요즘 민음사TV처럼 출판사 에디터들이 직접 나와 업계의 뒷얘기를 많이 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종이책과 유튜브 사이의 간격이 더욱 좁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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