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시위현장으로 내몰리는 항공사 직원들…“재취업 자리도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 위기에 내몰린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집회·소송 등 집단 반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발 항공업계 조직개편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이스타항공지부는 27일 서울 방화동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측이 지난 6일 전체 직원(1680명) 중 350여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이날 집회에는 조종사 등 이스타항공 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만난 조종사 김모 씨(33)는 “지난 2월에는 월급을 40%만 받았고, 3·4월에는 아예 받지 못해 건강보험료까지 체납된 상태”라고 호소했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전 직원이 15일 이상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에어서울은 직원 90%가 유급휴직 중이고, 대한항공은 직원 70%가 최대 6개월 간 순환휴직을 시작했다.
해고에 반발하는 법적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민영항공사인 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 70명은 이달 초 동방항공 한국지점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2018년 3월 입사한 이들은 지난달 11일 전원이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당시 같은 해 입사한 일본·이탈리아 국적 승무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돼 논란이 컸다. 이들은 해고 직전까지 교육·훈련 이수를 지시받아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감원 바람이 더 확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국제선 항공여객 수는 174만3583명이다.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다. 지난달 동방항공을 다니다 계약 해지된 이모씨(25)는 “항공운항과를 전공해서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기 쉽지 않다”며 “항공사 전체가 채용 일정조차 발표를 안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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