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쓴 이스타항공 노조 "부당한 정리해고 당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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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노조 조합원들 100여명 기자회견국내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경영진의 대대적인 정리해고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으로의 인수합병을 앞두고 전체 직원 중 20%가 넘는 직원을 정리해고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 오로지 제주항공 수익성 위한 것"
"해고 철회 투쟁 및 법률 대응 나서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지부 소속 노조원 100여명은 27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은 오로지 인수기업인 제주항공의 수익성 재고를 위한 것"이라며 "엉터리 정리해고를 당장 중단하고 특별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과거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촛불집회에서 착용했던 '가이 포크스(Guy Faekws)' 가면을 쓰고 모였다. 가이 포크스 가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 직원연대와 동일한 구매처에서 가면을 구매했다"라며 "부기장 등은 사내에서 약자이므로 신분 노출이 꺼려지기 때문에 가면을 썼다"고 설명했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어제(26일) 청와대에서 구조조정 대신 고용 유지에 힘 쓰라는 메시지를 냈고, 이스타항공 오너도 국회의원에 당선돼 해고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항공사 오너인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 됐는데도 사욕만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인수업체는 국가지원을 받으면서도 왜 정리해고 수순을 밟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사용자를 방치하하는 정치권을 엄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은 리스기간 만료 항공기들의 반납과 함께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보유 기재는 23대에서 16대로 줄었다. 조종사노조는 오는 8월까지 3대가 추가 반납되면 정리해고 인원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경영 상황 악화를 이유로 지난 6일 직원 1600여명 중 345명을 정리해고 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안엔 모든 비정규직과 정규직 159명이 포함되고 기장과 부기장도 포함됐다. 지난 2월에는 임직원 급여의 60%를 체불했고 3월과 4월에는 급여 지급을 전혀 하지 못했다. 1~2월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도 체납했다.또 지난달 9일 일본 정부의 입국절차 강화 조치로 일본 노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같은달 24일부터는 국내선 운항도 중단됐다. 오는 6월 말까지 모든 국제선 노선 운항도 중단 예정이다.조종사노조는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사업정상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해고 회피 노력이 없는 구조조정만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오는 29일 제주항공의 잔금 지급 기일 전까지 사측이 급하게 구조조정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리해고 계획을 세워놓고 4월 한 달 간 졸속으로 노사협의를 형식적으로 진행해왔다"며 "이상직 오너일가는 이스타 매각을 성사시켜 매각대금 545억원을 챙기려 구조조정을 선행하고 회사를 넘길 궁리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노조는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에 대해서도 해고 철회 투쟁 및 법률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