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떠나는 김오수 차관 "최근 10개월, 3년처럼 길고 힘들어"

"물러날 가장 적절한 시점…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 바란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27일 부임 1년10개월여만에 퇴임하면서 "올해 1월 (추미애) 장관이 취임하고 총선이 끝난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김 차관은 이날 오후 2시께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해 6월부터 열정이 식고 맡은 업무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그만둘 때가 언제일지를 항상 고민해 오고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이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차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인 2018년 6월 임명됐다.박상기 전 장관과 조 전 장관, 추 장관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3명의 법무부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특히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의혹 및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0월 사퇴하자 약 80여일 동안 장관 직무대행을 맡아 법무부를 이끌기도 했다.

김 차관은 이임사에서 "지난 공직생활 중 힘들고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10개월은 마치 3년처럼 길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그러면서 "법무·검찰 전국 265개 기관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여러분들께서 이해하고 성원해준 덕분에 버티고 극복하며 온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차관은 "공직을 수행하면서 부족한 인품과 열정과 의욕만 앞세워 화를 내거나 여러분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경우도 많았다"며 "힘들게 일하는 여러분을 제대로 살피거나 배려하고 이해해 주지 못한 경우는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일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되겠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게 되는 것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기 바란다"며 "여러분들께 받은 은혜와 사랑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갚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후임인 고기영(55·사법연수원 23기) 서울동부지검장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개혁적인 분"이라며 "법무부 근무 경험도 있어 법무·검찰 업무에 해박하고 역량과 실력이 모두 뛰어난 훌륭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조 전 장관 취임 후 검찰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대검찰청에 제안했다가 검찰 내부의 반발을 샀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일도 있었다.

김 차관은 지난해 11월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폐지 관련 내용을 대검 측과 협의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는데,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에 의한 검찰 장악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차관의 향후 행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금융감독원장에도 물망에 올랐던 만큼 정부 내 주요 직책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공정거래위원장이나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후보로도 법조계에서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