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글로벌 反中 정서 부추기는 차이나 파워

서구서 동양인 대상 혐오 '극성'
중국의 오만한 태도 차별 부추겨

강경민 런던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지난 25일 고급 주택이 밀집한 영국 런던의 사우스켄싱턴. 취재차 이곳에 들른 기자에게 갑자기 한 무리의 현지인 청년들이 다가왔다. 거친 욕설과 함께 ‘중국인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져라’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허사였다.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달부터 상당수 동양인이 흔히 겪는 광경이다. 단순한 인종 차별을 넘어 동양인을 대상으로 폭행 사건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인이 유럽인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듯 유럽에서도 대부분 동양인을 중국인으로 취급하고 있다.최근 유럽 언론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정상들도 중국 정부의 책임을 공개석상에서 묻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한 국제관계 싱크탱크 의뢰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비난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최초 대응에 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응답도 80%를 넘었다.

유럽 각국은 사태 초기 안이한 방역으로 일관하다가 수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방역 실패 논란을 희석시키려고 중국에 모든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동양인을 얕보고 인종 차별을 서슴지 않는 서구 사회의 오만함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더욱이 인종 차별은 범죄 행위다. 다만 중국 정부가 초기 방역에 실패했고, 정보를 은폐하면서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가져왔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체제를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방역 성과를 과도하게 자랑하며,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서 반중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중국 공산당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는 유럽연합(EU) 특별보고서 내용이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삭제된 것도 가뜩이나 팽배한 반중 감정에 불을 붙였다. 일말의 반성 없는 중국 정부의 오만한 태도로 애꿎은 한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바이러스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가 뒤따를 것이다. 중국 정부를 겨냥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잇따를 전망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까지 차이나머니와 군사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 더 궁금한 건 한국 정부가 중국에 쓴소리를 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