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커지는 韓銀의 역할…"기간산업·국채·회사채에 50兆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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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원하나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240조원 규모의 대책 중 상당액을 책임진다는 게 한은의 계획이다.
산은법 개정 즉시 수십조 자금 순차 투입
대규모 국채 매입 등으로 시장금리 인하 유도
한은 핵심 관계자는 27일 “코로나19는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한은도 초유의 조치를 통해 국가적 위기 극복 노력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 산업은행법 개정이 마무리되는 즉시 수십조원의 자금이 순차적으로 시장과 기업에 추가 투입될 것”이라며 “한은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와 함께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국채 발행 증가로 금리가 높아지면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시장에선 한은의 코로나19 대응 규모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기업어음(CP) 인수 자금에 최대 18조원, 기간산업 지원에 20조원 이상, 국채 매입에 최대 14조원 등이다.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한은의 지원이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1) 비우량 회사채 매입기구에 18조
정부는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2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CP 등의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V)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Fed)이 설립한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PMCCF)’와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벤치마킹한 정책이다. 미 재무부는 PMCCF 및 SMCCF 채권매입 한도 금액의 10%를 출자한다. 나머지 90%는 Fed의 대출로 재원을 마련한다. 한은도 미국의 대책을 연구한 뒤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SPV가 매입한도의 10%가량인 2조원을 정부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90%(18조원)가량을 한은 대출금으로 충당하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출자금 비중을 30%(6조원)로 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에는 한은의 SPV 대출비중이 70%(14조원)로 낮아진다.(2) 기간산업안정기금에 20조
한은은 정부가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기간산업 기업 지원을 위해 편성하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에도 ‘종잣돈’을 넣을 전망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국가가 보증하는 기금채권을 40조원 한도로 발행해 마련된다. 한은과 산업은행,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발행할 전망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한은이 절반인 20조원 이상을 인수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여당과 정부는 관련 법안에 대한 손질에도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산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을 20대 국회가 종료되는 다음달 29일 안에 처리할 계획이다.이와 별도로 기획재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발행하는 채권 원리금 상환에 대한 국가보증 동의안을 2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이 동의안은 이학영 의원의 산은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국채와 정부 보증채로 좁혀놓은 한은 단순매매 범위를 고려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발행하는 정부 보증채를 인수할 수 있다”며 “우선 시장 소화 여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3) 국채 최소 10조원 이상 매입
정부는 1, 2, 3차 추경을 편성했고 재원 일부를 적자국채로 조달하기로 했다. 추경과 관련해 43조9000억원가량의 적자국채가 발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체 발행잔액의 2.3%에 불과한 한은의 국채 보유물량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수준인 4.7%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정과 한은의 인수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2조~14조원가량을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에 발표되는 3차 추경에 앞서 5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한은 관계자는 “당장은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거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방식으로 시중에 국채 매입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모는 상당 수준이 될 것이란 게 한은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