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수놓은 '꽃의 왈츠' '사계'…한경필, 온라인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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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코로나 극복 기원' 한경필하모닉 신춘음악회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한경필 정단원 28명 무대 올라
관객 없는 공연장서 70여분간
열정·패기 넘치는 연주 들려줘
안영지(플루트) 안중현(오보에) 박진오(클라리넷) 이은호(바순) 임은진(호른) 등 목관5중주의 생기발랄한 ‘봄의 왈츠’가 무관중 음악회의 막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어 음악회 진행과 해설을 맡은 류태형 음악평론가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오늘 신춘음악회는 봄에 어울리는 흥겨운 선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려 한다”며 “‘경제와 문화의 가교’라는 슬로건처럼 문화 혁신에 관심을 가져온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경필하모닉의 새로운 시도를 계속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공연의 첫 곡은 비발디의 ‘두 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 한경필 트럼펫 주자인 백향민 수석과 임윤경 단원이 일반 트럼펫보다 크기가 작고 섬세한 소리를 내는 ‘피콜로 트럼펫’을 들고 무대 전면에 섰다. 한경필 현악 주자들이 이들을 반원 형태로 둘러쌌다. 두 연주자가 마주보며 연주하는 트럼펫 선율이 텅 빈 롯데콘서트홀을 아름답게 울렸고, 현악 오케스트라가 이를 든든히 받쳤다. 트럼펫 소리는 마치 새봄을 노래하는 새의 지저귐 같았다.공연의 백미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한경필을 이끄는 젊은 현악 주자들의 열정과 패기를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다. 각 계절 파트를 서로 다른 바이올린 독주자들이 맡아 연주했다. 이전 ‘사계’ 무대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김현남 악장이 독주를 맡은 ‘봄’에선 평소보다 반 박자 빠른 연주로 경쾌한 선율이 도드라졌다. 정진희 악장은 여름날 풍경을 강렬한 독주로 풀어냈다. 박지연 부수석은 앞선 곡보다 템포를 늦췄지만 풍성한 선율로 가을을 표현했다. 백수련 수석은 차분한 연주로 겨울의 적막함을 표현했다. 각 독주자는 이처럼 계절이 변하는 풍경을 극적으로 들려줬다. 류 평론가는 “2018년 한경필은 ‘사계’로 이름을 떨치는 세계적 실내악단 이무지치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그때 전수받은 노하우로 필살기를 보여줬다”며 “한국, 아니 세계 연주단체와 비교해도 생동감 넘치는 연주였다”고 평했다.
앙코르곡은 이날 무대에 오른 연주자가 모두 함께 들려준 홍난파의 가곡 ‘고향의 봄’. 류 평론가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예술계를 위해 한경필 단원들이 ‘고향의 봄’을 준비했다”며 “이 곡을 들으며 따사로운 봄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빛낸 숨은 주역은 생중계 기술진이었다. 이들은 공연장의 영상과 음향을 온라인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지미집 등 카메라 여섯 대를 동원해 한경필 단원들의 연주 모습 하나하나를 역동적으로 잡아냈다. 영상 촬영을 담당한 김준원 팀원미디어 대표는 “공연 시작 며칠 전부터 촬영 감독들과 연주곡을 공부한 덕분에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한경필은 생생한 소리를 전하기 위해 롯데콘서트홀 음향팀과 협업했다. 객석 앞으로 퍼지는 소리를 잡기 위해 무대 바닥에 마이크 두 대를 추가로 놓고, 소리가 공연장 내벽에 부딪힌 뒤 남아 있는 음량(잔향)을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에 소리 반사판과 보조 마이크도 설치했다. 봉덕영 롯데콘서트홀 음향감독은 “소리 반사판과 보조 마이크를 활용해 따로 음향 보정을 하지 않아도 연주를 생동감있게 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람한 클래식 애호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아이디 ‘최크리스티나’는 채팅창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집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친숙한 곡인 ‘사계’가 이렇게 감동적일 줄 몰랐다”며 “오늘 연주는 이무지치 협연 때보다 더 훌륭했다”고 댓글을 남겼다.
이날 공연 실황은 한경필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보기로 즐길 수 있다. 한경필은 이날 공연에 이어 다음달 7일에도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을 연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