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밀어낸 '시한부 비대위'…중진들 '보이지 않는 손' 어른

당권·대권주자들, 상전위 무산 등 '사전작업'설…당사자들은 부인
28일 미래통합당이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넉 달 임기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시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은 무산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그간 임기 제약 없는 비대위를 주장해 온 김 전 위원장이 이날 통합당의 결정에 측근 최명길 전 의원을 통해 "비대위원장 추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 상임전국위(상전위) 무산과 전국위 표결로 탄생한 '시한부 비대위' 제안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거듭 반대해온 중진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인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0대·경제전문가' 대권 주자를 정해 최소 내년 3월까지 당을 정비하겠다는 김 전 위원장에 맞서, 잠재적인 대권·당권 주자들이 '김 전 위원장이 거부할 수밖에 없는 안'이 나오도록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실제도 당내에서는 조경태·김태흠 의원 등 일부 '반대파' 중진이 상전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말이 나왔다.

당사자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를 부인했다.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 대권 주자들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어느 쪽이 됐든 결과적으로 정원 45명 중 17명이 참석한 상전위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고, 차기 전당대회 일정을 8월 31일로 명시한 당헌 부칙 삭제 안건 처리도 무산됐다.

이러한 과정으로 비대위 임기가 넉 달로 못 박힌 것이다.

뒤이어 열린 전국위가 김종인 비대위 안을 가결하면서 김 전 위원장에게 넉 달 임기 비대위를 받느냐 마느냐의 선택을 안겼다.이에 김 전 위원장이 스스로 등을 돌리게 하는 일부 중진들의 '밑그림'이 투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상임전국위·전국위를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시킨 사례는 그간 왕왕 있었다.

2016년 총선 패배 당시 옛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박(비박근혜)계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전국위를 소집했으나 친박(친박근혜)계 반발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최순실 사태'로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가 출범했던 2017년 1월에도 비대위원 선출을 위한 상임전국위가 친박계의 방해로 한 차례 무산됐다가 가까스로 열린 바 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를 그간 추진해온 심재철 원내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해 수락하게 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전 위원장의 최종 결심이 어떤 방향으로 내려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심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직접 비대위원장으로서 임기 연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시절 비례대표 2번에 '셀프 공천'했을 때와 같은 '셀프 임기연장' 논란은 피할 것이란 분석 역시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