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산정 잘못됐다" 민원 폭주에도…9억 이상은 안 내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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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신청 민원 폭주에도…100건당 2건만 수용‘아파트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이의신청이 13년 만에 최대치로 폭주했지만, 정부는 100건 중 2건만 반영했다. 정부는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위주로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에 근접시키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부동산 보유세나 건강보험료 가격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3구 변동률 18~25%…서울 평균보다 높아
국토교통부는 28일 난 3월19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를 발표한 후 지난 8일까지 의견청취 및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 공시가격을 이날 공개했다. 공개자료 따르면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을 조정해달라는 요청은 3만7410건이었다. 2007년 이후 13년만 최대치이며, 역대 최대였던 작년(2만8735건)보단 30.2% 늘었다.주로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서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민원이 많았다. 전체 공시가격에 대한 상향요구는 2124건(5.7%), 하향요구는 3만5286건(94.3%)으로 나타났다. 상향 의견은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에서 95%가 제출됐다. 하향 의견은 9억원 미만에서 7508건, 9억원 이상에서 2만7778건이었다.
국토부는 이 중에서 915건의 이의신청을 받아줬다. 의견의 2% 정도만 받아들여진 것이다. 대부분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하향 요청 3만5286가구 중 785건(2.22%)이 받아들여졌다. 공시가격을 높여달라는 요청은 총 2124건으로 130건(6.12%)이 인정됐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사전에 공개된 공시가격 산정기준에 따라 공시가격에 대해 제출된 의견을 엄격히 검토한 결과 의견 수용률이 대폭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의견 수용률은 지난해 21.5%에서 올해 2.4%로 급감했고, 전체 조정건수도 지난해 13만5000가구에서 올해 2만8000가구로 감소하게 됐다.하향 조정의 78%는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이었다. 하향조정 의견제출은 9억원 이상(2만7778건)이 9억원 미만(7508건)보다 많았지만, 조정 건수는 9억원 미만이 더 많았다. 공시가 예정가격을 발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최종 가격안에서도 고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을 올린다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
김 정책관은 “금년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9억원 이상 공동주택(전체 주택의 4.8%)의 현실화율이 제고됨에 따라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의견제출이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9억원 미만 주택의 의견제출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번 최종가격안에서 현실화율이 제고되지 않은 시세 9억원 미만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1.96%로서 전년(2.87%)보다 감소했다. 반면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21.12%로,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가격 변동률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서울 25개 자치구 중 고가 아파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18.41~25.53%로 서울 평균 변동률(14.73%)보다 높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한 양천구(18.36%), 마포구(12.30%), 용산구(14.50%) 등도 변동률 상위권에 들었다.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올해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84.43㎡) 보유자의 경우 공시가격은 38.0% 뛰면서 작년엔 보유세를 419만 8000원 냈는데, 올해는 610만3000원으로 190만 5000원(45.4%) 오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로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 같지만 이미 시장에 선반영한 측면이 있어 당장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 보단 당분간 거래가 주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와 해당 공동주택이 있는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29일부터 한달간 열람할 수 있다. 이 가격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내달 29일까지 이의신청서를 내면 된다. 국토부는 이의신청 건에 대해 재조사를 벌여 6월26일까지 결과를 회신할 예정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