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中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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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부, 군용허가 품목에 추가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기술 품목을 중국에 수출할 때 군용 허가를 필수적으로 받도록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이 같은 제한을 적용하는 국가로 중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를 지정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수출 전 국가안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군용상품 리스트에 반도체, 항공기, 통신장비 등 첨단제품을 28일부터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또 ‘군용 목적’의 정의를 확대해 민간 기업이 군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생산·설치·유지보수·재활용하는 경우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중국 민간 전자회사가 군사용 통신장비를 수리하는 경우도 군용 목적에 해당한다는 얘기다.이전까지는 군용상품 리스트에 있는 제품이라 해도 수출하는 미국 기업이 자체 판단에 따라 민간용과 군용을 구분해 군용에만 국가안보 허가를 받으면 됐다. 규정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해당 리스트에 있는 제품이라면 모두 정부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상무부는 또 외국 회사가 특정 미국 상품을 중국으로 운송할 때도 미국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 등의 일부 기업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요한 기술이 이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지도부가 민간 기업들을 압박해 군 사업에 참여하게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해외에서 획득한 기술을 군사력 강화에 활용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가 비메모리 반도체, 통신장비, 레이더 등 중국이 육성하려는 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화웨이 규제, 무역분쟁 등 지속적으로 갈등해온 가운데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