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허가 지난해 '0'

절차 까다로워지고 해외 임상 늘어 개발 지연
2018년 7월 HK이노엔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이 30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뒤 1년9개월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문턱을 넘은 국산 신약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식약처가 발간한 국내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5개 품목의 신약(21개 성분)이 허가받았다. 이들 중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국산 신약은 없다. 제일약품의 대장암 치료제 론서프, SK케미칼의 파킨슨병 치료제 온젠티스가 허가받았지만 이들은 모두 해당 회사가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외국산 약이다.

올해 1분기까지 확대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허가받은 신약은 19개인데 이 중 국내 회사 제품은 GC녹십자의 수두 백신 배리셀라뿐이다. 하지만 이 백신은 국산 신약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신약이라고 하는데 해당 제품은 기존에 있던 백신이기 때문에 국산 신약 지위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다.

1999년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가 첫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뒤 2000년을 제외하고 매년 1개 이상의 국산 신약이 출시됐다. 19년 만에 허가 신약의 명맥이 끊어진 셈이다. 2017년 29개, 2018년 15개였던 전체 신약 허가 건수가 지난해 35개로 급증하면서 국산 신약의 공백은 더욱 두드러졌다.제약업계에서는 지난해 29호 국산 신약인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품목취소된 뒤 허가절차가 까다로워진 데다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임상을 확대하면서 신약 개발 절차가 지연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국산 신약 개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올해 개발한 신약이 내년에 나오는 정도로 개발 주기가 짧다면 원인을 명확히 분석할 수 있겠지만 통상 신약 개발에 10년 정도 걸려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새로운 신약 개발을 시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임상 3상에 진입해 허가를 앞둔 약의 출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산 개량신약은 13개,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3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사들은 약 먹는 횟수를 줄여주는 서방형 제제를 많이 개발했다. 서방형 제제는 몸속에서 약의 성분이 천천히 나와 오랫동안 효과를 내는 약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