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권 공정거래조정원장 "法·지식 알려 도움 주는 것도 공직자 역할"

공정거래 관련 법·사례 총정리한 신동권 공정거래조정원장

3000쪽 경제법 시리즈 3권 완간
독점규제법·중기보호법 등 망라
“끈기와 소명 의식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이 이렇게 평가하는 책이 출간됐다. 공정위 관련 법과 실제 적용 사례를 집대성한 ‘경제법 시리즈’다. 《독점규제법》(경제법 1), 《중소기업보호법》(경제법 2), 《소비자보호법》(경제법 3) 등 모두 3권으로 구성된 경제법 시리즈는 분량이 총 30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책을 쓴 주인공이 공정위 고위 관료 출신으로, 현재 공정거래 관련 분쟁 조정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수장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신동권 공정거래조정원장(사진)이다. 그는 2018년 3월 공정거래조정원장을 맡기 전까지 공정위에서 근무하며 카르텔조사국장, 상임위원 등 요직을 맡았다.

신 원장은 “얼마 안 되는 지식이지만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알려서 도움을 드리는 것도 공직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집필을 시작했다”며 “어떤 분야든 기록과 축적을 바탕으로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먼저 그 같은 작업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경제법 시리즈에서 공정위 관련 법의 실제 적용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 공정위 공무원 출신은 물론 법학계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공정위의 각종 조치는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정에 따라 한 번에 최대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내기도 하고, 특정 분야의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 구조와 내용에 따라 다른 세부 조치 내용을 기업이 다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공정위 업무만 전담하는 변호사와 전직 공정위 공무원이 높은 몸값을 받았다. 신 원장의 책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까닭이다.

신 원장은 공정위 공무원 사이에서 학구파로 유명했다. 1986년 경희대 법대 대학원 재학 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서기관까지 13년을 일하고 독일 마인츠대로 국비유학을 떠났다. 학위 취득 장벽이 높은 독일에서 4년 만에 석사·박사학위를 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무상 공부가 필요하다고 해도 미국 로스쿨이 아니라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사례는 드물다”며 “신 원장의 학구열이 남달랐다”고 했다.

이번 경제법 시리즈는 10년 이상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2011년 《독점규제법》을 처음 출간한 신 원장은 이후 연구 범위를 확장해 이번에 《중소기업보호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추가했다. 《독점규제법》도 이번에 100페이지 이상을 새로 썼다. 주말 등 개인 시간의 상당 부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당장 관련 학계에서 호평이 나오고 있다. 김용섭 한국조정학회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경제법을 공부하려는 로스쿨생은 물론 관련 소송을 다루는 변호사, 실무를 담당하는 기업 관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책”이라며 “혼자서 방대한 분량의 법 전체를 정리해 해설한 것은 법학계에서도 놀랄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신 원장은 보충 작업을 통해 책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아직은 미흡하고 기초적인 수준이라 앞으로 더 좋은 사례들을 반영할 계획”이라며 “실무자들에게는 참고서로, 기업에는 시장경제의 동반자로, ‘이 책 한 권 정도는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책을 발전시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