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증발된 자선대회…KLPGA 회장 몽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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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이현령비현령'식 행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자 골프 자선대회 '함께극복 골프구단 채리티 매치(이하 채리티 매치)'가 연기된 배후에 KLPGA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채리티 매치 복수의 관계자는 28일 "협회가 말을 바꿔 대회 개최에 제동을 걸었다"며 "협회 승인 없이는 선수들의 대회 출전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회가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는 앞서 국내 골프단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성금을 기부하고 골프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대회 운영비를 직접 내 기획했다. 우승상금(코로나19 성금 기부) 2000만원을 포함한 1억2000여만원의 대회운영비는 참가하는 국내 6개 여자프로골프단이 충당하기로 했다. 이정은(24)과 최혜진(21) 등 스타선수들도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회 시작을 나흘 앞둔 지난 27일 주최 측은 돌연 '대회 연기'를 발표했다.○"프로 30명 출전 대회는 OK, 20명 자선 대회는 NO"
골프 스타들의 합류와 팬들의 관심으로 흥행몰이를 하던 대회가 중단된 것은 KLPGA의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협회는 '권고'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강압적으로 대회를 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며 "6개 구단 등 관계자들은 모두 대회를 열고 싶어하는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대회가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건 협회뿐"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대회와 무관한 KLPGA가 개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까닭은 선수들을 볼모로 잡았기 때문이다. KLPGA는 소속 선수 9명 이상이 참가하는 이벤트 대회에는 인증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KLPGA 내규에는 '회원이 9명 이상 참가할 경우 협회 공인 필수'라는 규정이 있어서다. 이를 어기면 협회는 상벌위를 열고 선수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일각에선 KLPGA가 자체 기금 23억원을 들여 준비한 KLPGA챔피언십을 앞두고 협회가 어깃장을 놓은거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협회가 주관하지 않은 대회에 골프스타들이 참가해 챔피언십 대회의 김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증'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골프 브랜드 '1879골프'가 개최한 이벤트 대회에는 KLPGA 소속 선수 30여명을 포함한 프로 선수 140여명이 출전했다. 협회는 이 대회가 '비공인 대회'라며 걸고 넘어지지 않았다. 협회는 "1879대회는 상금이 없는 프로암 성격의 대회라서 따로 '공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 연기된 이벤트 대회에는 상금이 걸려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협회의 주장과 달리 1879대회에는 채리티 매치 총상금 2000만원의 20배인 4억원의 총상금이 걸려 있다. 이정은과 최혜진 등 유명 선수들 20명이 출전하는 자선 대회는 까다로운 공인 절차를 걸쳐야하지만,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KLPGA 소속 30여명 선수들이 출전하는 또 다른 이벤트 대회 출전은 '비공인 대회'로 치러지도록 눈 감아줬다는 셈이다.○김상열 회장의 '몽니' 때문?
채리티 매치 주최측은 "협회가 대회 준비 과정 초기였던 지난달 공문을 받고 채리티 매치에 대한 인증을 했다가 대회 직전 결정을 번복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KLPGA는 대회 시작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지난 주말, 대회 개최를 자제해달라는 권고 내용을 구두로 주최 측에 전달했다. KLPGA 관계자는 "처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 대한 '인증'을 해준 것은 맞다"며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연장됐고,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히 있는만큼 대회를 미루는게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한 구단 관계자는 "보고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협회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김상열 회장이 유명 선수들이 참가하는 자선대회 소식을 뒤늦게 접했고 채리티 매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회장님발(發) '강한 권고'가 나온 상황에서 협회 입장이 권고든 강요든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와 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롯데 선수단은 이미 제주도로 건너가 숙소를 잡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른 구단 선수들도 위약금을 물고 이미 잡아놓은 비행편과 숙박을 이날 모두 취소해야 했다. 한 골프팬은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뜻도 좋고 출전 선수들도 화려해 기대가 컸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팬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은 빠른 것 같다"며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난 뒤에 경기들이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KLPGA 선수는 "후배들이 골프 붐을 일으키자는 차원에서 어렵게 참가를 결정했는데, 대회가 무산되는 분위기라 씁쓸할 따름"이라며 한숨 쉬었다.
김순신/조희찬 기자 soonsin2@hankyung.com
채리티 매치 복수의 관계자는 28일 "협회가 말을 바꿔 대회 개최에 제동을 걸었다"며 "협회 승인 없이는 선수들의 대회 출전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회가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는 앞서 국내 골프단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성금을 기부하고 골프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대회 운영비를 직접 내 기획했다. 우승상금(코로나19 성금 기부) 2000만원을 포함한 1억2000여만원의 대회운영비는 참가하는 국내 6개 여자프로골프단이 충당하기로 했다. 이정은(24)과 최혜진(21) 등 스타선수들도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회 시작을 나흘 앞둔 지난 27일 주최 측은 돌연 '대회 연기'를 발표했다.○"프로 30명 출전 대회는 OK, 20명 자선 대회는 NO"
골프 스타들의 합류와 팬들의 관심으로 흥행몰이를 하던 대회가 중단된 것은 KLPGA의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협회는 '권고'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강압적으로 대회를 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며 "6개 구단 등 관계자들은 모두 대회를 열고 싶어하는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대회가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건 협회뿐"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대회와 무관한 KLPGA가 개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까닭은 선수들을 볼모로 잡았기 때문이다. KLPGA는 소속 선수 9명 이상이 참가하는 이벤트 대회에는 인증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KLPGA 내규에는 '회원이 9명 이상 참가할 경우 협회 공인 필수'라는 규정이 있어서다. 이를 어기면 협회는 상벌위를 열고 선수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일각에선 KLPGA가 자체 기금 23억원을 들여 준비한 KLPGA챔피언십을 앞두고 협회가 어깃장을 놓은거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협회가 주관하지 않은 대회에 골프스타들이 참가해 챔피언십 대회의 김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증'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골프 브랜드 '1879골프'가 개최한 이벤트 대회에는 KLPGA 소속 선수 30여명을 포함한 프로 선수 140여명이 출전했다. 협회는 이 대회가 '비공인 대회'라며 걸고 넘어지지 않았다. 협회는 "1879대회는 상금이 없는 프로암 성격의 대회라서 따로 '공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 연기된 이벤트 대회에는 상금이 걸려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협회의 주장과 달리 1879대회에는 채리티 매치 총상금 2000만원의 20배인 4억원의 총상금이 걸려 있다. 이정은과 최혜진 등 유명 선수들 20명이 출전하는 자선 대회는 까다로운 공인 절차를 걸쳐야하지만,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KLPGA 소속 30여명 선수들이 출전하는 또 다른 이벤트 대회 출전은 '비공인 대회'로 치러지도록 눈 감아줬다는 셈이다.○김상열 회장의 '몽니' 때문?
채리티 매치 주최측은 "협회가 대회 준비 과정 초기였던 지난달 공문을 받고 채리티 매치에 대한 인증을 했다가 대회 직전 결정을 번복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KLPGA는 대회 시작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지난 주말, 대회 개최를 자제해달라는 권고 내용을 구두로 주최 측에 전달했다. KLPGA 관계자는 "처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 대한 '인증'을 해준 것은 맞다"며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연장됐고,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히 있는만큼 대회를 미루는게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한 구단 관계자는 "보고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협회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김상열 회장이 유명 선수들이 참가하는 자선대회 소식을 뒤늦게 접했고 채리티 매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회장님발(發) '강한 권고'가 나온 상황에서 협회 입장이 권고든 강요든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와 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롯데 선수단은 이미 제주도로 건너가 숙소를 잡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른 구단 선수들도 위약금을 물고 이미 잡아놓은 비행편과 숙박을 이날 모두 취소해야 했다. 한 골프팬은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뜻도 좋고 출전 선수들도 화려해 기대가 컸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팬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은 빠른 것 같다"며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난 뒤에 경기들이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KLPGA 선수는 "후배들이 골프 붐을 일으키자는 차원에서 어렵게 참가를 결정했는데, 대회가 무산되는 분위기라 씁쓸할 따름"이라며 한숨 쉬었다.
김순신/조희찬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