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1박2일 언론사 압수수색…채널A 사옥 일촉즉발

기자들 집결-검찰 수사관 보강에 긴장 팽팽…언론계 안팎도 갑론을박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서 비롯한 검찰의 종합편성채널A 광화문 사옥 압수수색이 1박 2일로 길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자료 제출 범위를 협의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듯하던 압수수색은 오후 들어 검찰과 채널A 간 대치 양상으로 흐르다 29일 오전 긴장감이 정점을 찍었다.

전날 오전에는 31년 만에 이뤄진 취재 관련 언론사 압수수색에 채널A 측도 당황한 나머지 검사와 수사관들의 진입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 채널A 기자들이 사무실로 속속 집결하면서 검찰 측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급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검찰 측도 수색 경로가 속속 막히면서 현장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밤을 꼬박 새운 양측은 오전 10시 기준 현재까지도 팽팽하게 대치 중이다.

특히 이날은 채널A 보도본부 기자들은 물론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들까지 회사로 출근해 스크럼을 짜고 검사와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검찰도 수사 인력을 보강하며 양측이 일촉즉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옥은 1층 로비에서부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1층에서는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다 확인하며 외부인은 아예 건물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채널A 보도본부장실이 있는 13층은 엘리베이터도 멈추지 않는다.

특히 회사 서버 등 중요 자료와 시설이 있는 층에는 회사 관계자들이 일제히 막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와 관련한 언론사 압수수색은 1989년 안전기획부가 서경원 평화민주당 의원 방북 건을 취재한 한겨레신문 편집국을 압수수색한 이래 31년 만으로, 사실상 민주정권에서는 없던 일이다.

이러한 탓에 검찰도 기존 룰대로 압수수색을 쉽게 집행하지 못했고, 채널A도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오후까지 대치 양상이 장기화할 경우 검찰 측에서 물리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채널A지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기협은 이날 상황도 계속 주시하며 추가 대응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사와 수사관들이 회사 출입구를 무단으로 통과한 데 대해 2차 입장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이 검언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도 진행 중이다.

여러모로 언론계에 닥친 초유의 사태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신라젠 관련 의혹을 취재하던 채널A 이모 기자와 검찰 간 유착을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서중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압수수색은 꼭 필요한 것만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 자유가 절대적이고 언론사가 성역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취재원도 누구인지 알려진 상태"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MBC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당사자인 채널A와 참고인인 MBC를 동등하게 보지 않은 판단이 드러났다고 본다"며 "MBC가 채널A 기자와 취재원의 통화녹취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채널A 압수수색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반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사의 기업범죄가 아닌 취재 영역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반대지만 그럼에도 해야 할 때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취재원 비닉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언론 자유 침해 소지가 있으니 그 부분에 있어 검찰이 다른 것보다 엄격한 조건을 갖고 압수수색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