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전문가 "내년 문이과통합 수능 무색…자연계·재수생 유리"

"정시 비중 늘면서 수능 준비 유리한 자사고·특목고 인기 커질 듯"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내년에 치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험생이 자신의 계열을 떠나 선택과목을 고를 수 있는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대학이 계열별 선택과목을 크게 제한하면서 문·이과 통합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한다.

입시업체 유웨이의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계획'에 대해 "이른바 '상위권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 학과에 진학하려면 수학영역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고 과학탐구영역을 보도록 했다"면서 "성적이 중상위권 이상인 수험생들은 이에 맞춰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영역 선택과목은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등 3개다. 미적분과 기하는 올해 수능까지 자연계열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의 출제범위고 확률과 통계는 인문계열 수험생이 많이 보는 '나형' 출제범위다.

교육부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수학영역 가형과 나형 구분을 없애고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바꾸는 등 수험생이 계열을 떠나 자유롭게 선택과목을 고를 수 있게 했지만, 상당수 대학이 자연계열 학과에 진학하려면 미적분이나 기하를 보도록 강제해 수험생 입장에선 기존과 달라지는 게 사실상 없어졌다.

예컨대 고려대(서울캠퍼스)는 의과대학이나 화공생명공학과, 건축학과 등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수험생은 수학영역 선택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 중에 하나를 택하고 과학탐구영역에 응시하라고 지정했다. 결국 고려대 자연계열 학과에 진학하려는 수험생은 수학영역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고르거나 사회탐구영역을 보는 게 불가능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들이 대체로 자연계열 학과의 선택과목만 지정하고 인문계열 학과는 제한을 두지 않은 점을 들어 "자연계열 수험생은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데 그 반대는 어렵다"면서 "수험생 사이 자연계열 선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학년도부터 약학대학들이 6년제로 전환되며 학부생을 모집하는 점도 자연계열 수험생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성적이 상위권인 자연계열 수험생 상당수가 약대에 지원하면서 다른 자연계열 학과에 진학하기 조금 쉬워질 것으로 봤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모집 비중은 선발 인원 기준 24.3%(8만4천175명)로 2021학년도(23.0%)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교육부가 지난해 정시모집 비중 확대를 직접 주문한 서울 16개 대학은 정시모집 비중이 37.9%로 8.3%포인트나 뛰었다.

임 대표는 "수시모집에서 선발하지 못해 정시모집으로 뽑는 '이월 인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정시모집 비중이 45% 이상 되는 학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수능에 강한 재수생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생 사이에서 '수능 준비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일반고 중 소위 '명문고'로 불리는 학교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도 예상했다.

이만기 소장은 "정시모집 비중이 늘어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이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시모집 비중이 여전히 50%가 넘으므로 일반고 학생들은 수시모집에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에 최선을 다하되 기존보다는 수능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적성고사전형'이 폐지된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성고사전형은 학생부와 대학이 출제하는 적성고사 성적을 6대 4 정도의 비율로 반영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학생부나 수능이 다소 부족한 중위권 수험생에게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져 왔다.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대가 2022학년도부터 모집군을 가군에서 나군으로 변경하면서 고려대와 연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하고 서강대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옮겼다"면서 "이외 이화여대가 일부 모집단위만 가군에서 선발하고 대부분을 나군에서 선발하는 등 모집군 변화가 있으므로 이 역시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