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근로환경 탓에 태아 질병…대법, 첫 산재 인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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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질환 아이 출산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 10년만에 승소
"태아-모체는 '한 몸'…업무상 유해요소로부터 보호받아야" 같은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이 잇따라 선천성 심장 질환 아기를 출산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산재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이의 선천성 질환이 엄마의 근로환경과 연관이 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심장 질환 아기들이 태어난 지 10년 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기도 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9일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A씨 등 4명이 "요양급여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와 그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국가 역시 이러한 위해 요소로부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이뤄지도록 할 책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모성의 보호는 공동체의 존속·유지와도 관련되므로 국가는 임신, 출산 등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원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도 강조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은 2009년 임신해 유산 징후 등을 겪은 뒤 이듬해 아이를 출산했는데, 아이 4명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당시 이들을 포함해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던 임산부 간호사 15명 중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 아기를 낳고, 5명은 유산을 했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간호사는 6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임신 초기 유해한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에 질병이 생겼다며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당시 제주의료원은 노동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불규칙한 교대 근무, 부족한 인력 등으로 이직률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입원환자 대다수가 70세 이상의 고령이라 알약을 삼키지 못할 경우 간호사들이 가루로 분쇄하는 작업을 했는데,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 금지된 약들도 분쇄 대상에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서는 이 같은 근로 환경이 태아들의 선천성 질환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범위에 태아가 포함되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이 근로자 본인에 국한돼 태아는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간호사들은 태아가 엄마의 몸 안에 있을 때 병에 걸린 만큼 모체의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며 태아에게 미치는 어떤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귀속된다"며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로 인해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했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여성 근로자가 업무상 입은 재해로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낳았더라도 이는 아이의 질병일 뿐 엄마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사들은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를 한번 더 뒤집었다.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를 이유로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질병)과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태아의 질병과 어머니의 질병을 구분해 판단한 항소심과 달리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 즉,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모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母)와 함께 근로 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근로자가 업무로 유산한 경우에 한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유산과 태아의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여성 근로자가 출산 이후 모체에서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요양급여 수급권자는 근로자여야 한다'는 산업재해법의 규정이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여성 노동자의 모성 보호 범위를 크게 넓힌 전향적 판결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아기의 선천성 심장질환이 엄마의 노동환경으로 기인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태아는 모체인 엄마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엄마인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태아-모체는 '한 몸'…업무상 유해요소로부터 보호받아야" 같은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이 잇따라 선천성 심장 질환 아기를 출산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산재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이의 선천성 질환이 엄마의 근로환경과 연관이 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심장 질환 아기들이 태어난 지 10년 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기도 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9일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A씨 등 4명이 "요양급여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와 그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국가 역시 이러한 위해 요소로부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이뤄지도록 할 책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모성의 보호는 공동체의 존속·유지와도 관련되므로 국가는 임신, 출산 등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원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도 강조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은 2009년 임신해 유산 징후 등을 겪은 뒤 이듬해 아이를 출산했는데, 아이 4명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당시 이들을 포함해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던 임산부 간호사 15명 중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 아기를 낳고, 5명은 유산을 했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간호사는 6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임신 초기 유해한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에 질병이 생겼다며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당시 제주의료원은 노동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불규칙한 교대 근무, 부족한 인력 등으로 이직률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입원환자 대다수가 70세 이상의 고령이라 알약을 삼키지 못할 경우 간호사들이 가루로 분쇄하는 작업을 했는데,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 금지된 약들도 분쇄 대상에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서는 이 같은 근로 환경이 태아들의 선천성 질환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범위에 태아가 포함되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이 근로자 본인에 국한돼 태아는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간호사들은 태아가 엄마의 몸 안에 있을 때 병에 걸린 만큼 모체의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며 태아에게 미치는 어떤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귀속된다"며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 업무로 인해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했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여성 근로자가 업무상 입은 재해로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낳았더라도 이는 아이의 질병일 뿐 엄마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사들은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를 한번 더 뒤집었다.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를 이유로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질병)과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태아의 질병과 어머니의 질병을 구분해 판단한 항소심과 달리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 즉,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모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母)와 함께 근로 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근로자가 업무로 유산한 경우에 한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유산과 태아의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여성 근로자가 출산 이후 모체에서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요양급여 수급권자는 근로자여야 한다'는 산업재해법의 규정이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여성 노동자의 모성 보호 범위를 크게 넓힌 전향적 판결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아기의 선천성 심장질환이 엄마의 노동환경으로 기인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태아는 모체인 엄마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엄마인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