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대절해 원정투자왔던 부산 아파트, 거래 끊기고 13억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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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집값 두 자릿수↓…대형 하락세 확대
공급 물량 많은데 인구는 감소
투자자들도 빠져나가는 중
![부산 수영구 일대 아파트 전경.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99.20983543.1.jpg)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A중개사무소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많이 뛰었던 부산 부동산시장의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부산의 ‘강남’이라는 해운대에선 몇 달 새 실거래가가 최대 13억원 하락한 단지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입주물량도 적지 않은 탓이다. ◆아파트값 8주째 하락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롯데캐슬스타’ 아파트 전용면적 84m² 분양권은 지난달 8억93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만해도 10억2910만원에 거래되며 부산에서 처음으로 중형 면적 기준 매매가 10억원을 돌파한 단지였다. 하지만 몇 개월 새 가격이 1억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호가는 7억원 중반선까지 내렸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K공인 중개사는 “최근 들어 집이 잘 나가지 않자 마음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최고 인기지역으로 꼽히며 작년 시장 상승세를 주도해 온 해운대 아파트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대형 면적 위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엘시티더샵’ 전용 186㎡ 분양권은 지난 27일 24억28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인 작년 12월 거래(30억9700만원)와 비교해 6억7000만원가량 급락했다. 우동의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23㎡는 6개월여만에 1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9월까지 37억9840만원(77층)에 팔렸지만 초 25억1827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동래구에서도 상승분을 반납하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온천동의 ‘동래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m² 분양권은 지난 2월 8억8282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엔 5억4863만원에 팔렸다. 두 달새 3억3000만원 넘게 하락했다. 명륜동 ‘힐스테이트명륜2차’ 전용 84m² 분양권도 올 초 8억17만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6억1383만원까지 내렸다.
◆"외지인 투자자들 고점 찍고 나갔다"부산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 전날 정부가 부산 동래·수영·해운대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마자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올 초까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단지가 속속 나왔다. 이때 서울 등 외부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와서 계약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외지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지난 2월 거래 4289건 가운데 관할 시도 외 거래가 637건으로 지난해 12월(1443건)보다 55.8%가량 감소했다.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투자 수요가 준 것이다. 해운대구 D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 대거 유입된 외지인 투자자는 올 초 비싼 가격에 물량을 소진하고 거의 다 나갔다”며 “이제는 더 가격이 내릴 것 같다는 생각에 투자자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도 매매 계약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동래구의 B공인 대표는 “시장에선 부산 아파트값 하락세가 최소 2~3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새 아파트가 계속 나오는 데다가 지역 경기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말부터 몇 개월새 시장이 하루아침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돈에 빠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