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저 산 너머', '바보 추기경'의 아기자기한 성장 스토리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그린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사진)는 작은 영화지만 큰 울림을 준다. 고 정채봉 동화작가가 김 추기경의 삶과 정신을 엮어낸 원작을 옮긴 이 작품은 위대한 종교인의 탄생 과정을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로 엮어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어린 수환(이경훈 분)의 가난한 삶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폐병으로 죽어가고, 어머니는 행상을 하지만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그런 궁핍은 조부모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조선 조정으로부터 박해받으면서 비롯됐다. 수환 부모는 독실한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위대한 종교인이 3대에 걸친 공덕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시사한다.영화는 신앙심이 물질의 빈자리를 풍요롭고 아름다운 정신으로 채워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환 부모는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롭다.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한다. 죽음마저 천주님을 만나기 위해 모습을 바꾸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신앙심이 충만한 부모는 수환의 스승이다. 수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부도 또 다른 스승이다. 큰 스승들이야말로 위대한 인물을 길러내는 밑거름 역할을 한다.

인삼가게 주인이 되고 싶던 어린 수환이 고민과 갈등 끝에 사제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형 동한은 어머니의 권유로 바로 사제가 되지만, 수환은 처음에는 거절한다. 더욱 단단한 믿음을 벼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대기는 만성한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신의 존재 여부에 집착하기보다 부모의 헌신과 믿음의 본질을 파고든다. 부모의 헌신적인 모습은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2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일곱 살 소년 수환 역을 따낸 이경훈은 어린이의 순수함을 바탕으로 미래를 찾아가는 과정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