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1저자 등재 논문 기여도 없다" vs "역할 컸다"(종합2보)

실험 맡은 공동저자 연구원과 단국대 장영표 교수 증언 엇갈려
재판부, 장영표에 "피고인 변호인이냐" 주의 주기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 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 논문을 두고 실험을 주도한 공동저자와 연구를 책임진 교수가 엇갈린 주장을 했다. 공동저자인 연구원은 조씨가 논문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책임자인 장영표 교수는 오히려 해당 연구원보다 조씨의 역할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9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고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와 같은 대학 의과학연구소 연구원 출신 현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07년 7∼8월 딸 조씨의 한영외고 친구 아버지인 장영표 교수에게 부탁해 조씨가 2주간 단국대 의과학연구원에서 체험활동을 하고 관련 논문 저자로 등재됐다고 파악했다. 이듬해 12월 대한병리학회지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영어 논문에 조씨는 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장 교수가 이렇게 조씨를 1저자로 올려주고, 대학 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위 확인서 등을 만들어줬다고 본다.

정 교수와 조씨는 이를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다. 현씨는 해당 논문의 공동저자 중 하나다.

그는 이 논문과 관련한 실험은 전적으로 자신이 했고, 논문은 장 교수가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검찰이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조씨의 논문 기여도가 얼마인지 질문받고 '없다'고 답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조씨에 대해 "2주간 실험을 주도할 시간적 여유도, 기술도 없었다"며 "(조씨가 추출한) 실험 데이터는 논문에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씨가 2주간 체험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원의 일원으로서 참여했다기보다는 견학하고 단순한 일을 따라 해 보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반면 연구를 주도한 장 교수는 현씨를 주 실험자로 인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논문을 쓰는 데 현씨와 조씨 중 누구의 역할이 크냐"고 묻자 장 교수는 "조씨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1저자로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씨는 내게 월급 받고 일하는 직원"이라거나 "허혈성 뇌손상 질환에 대해 현씨에게는 설명해준 적도 없다"는 등의 말도 했다.

반대로 조씨에 대해서는 "적어도 연구 대상 질환과 연구방법을 이해할 기회를 줬다"며 "그래서 조씨가 제일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올렸다"고 주장했다.

의학논문 출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조씨에게 1저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지적에도 "그럴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등재하지 말라는 말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조씨를 논문 1저자로 올리면서 고교생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거나, 체험활동 확인서를 과장되게 써 준 문제는 있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정 교수의 요청에 의해 조씨를 논문 저자로 올린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도 부인했다.

그 반대급부로 자신의 아들 A씨가 서울대 법대에서 인턴을 하는 일종의 '스펙 품앗이'가 이뤄졌다는 의혹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검찰은 조씨가 장 교수에게 체험활동을 했다는 증명서 발급을 요청하며 'A의 서울대 법대 인턴십 증명서는 제가 아빠에게 받아서 직접 제출했습니다'라고 적은 메일 등을 제시했다.

이에 장 교수는 "전혀 아니다"라며 "나는 한인섭(서울대 법대 교수)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날 장 교수는 진술 내용을 번복하거나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등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재판부가 "증인이 피고인의 변호인이냐. 사실관계만 이야기하라"며 큰 소리로 몇 차례 주의를 주기도 했다. 장씨는 증인신문을 마친 뒤에는 발언 기회를 얻어 "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인 듯하다"라며 "조씨도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으면 열심히 공부하고 어떤 의사가 될지 깊이 생각해 훌륭하고 좋은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