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사고와 '판박이'…밀폐된 지하서 우레탄 유증기 폭발

다시 도진 '안전 불감증'
대형 물류창고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기 이천시에선 2008년 1월과 12월에도 각각 40명,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물류창고 화재가 있었다. 또다시 대형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의 사상자가 생긴 것을 두고 공사 현장의 ‘안전 불감증’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의 화재는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피를 못 할 정도로 사망자들의 옷이 전부 탄 상황 등을 감안하면 우레탄폼 작업 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급격히 불이 번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가연성 물질이 가득한 지하에서 작업하다가 벌어진 사고라는 점은 12년 전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닮았다. 2008년 1월 7일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냉동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창고에서 일하던 57명 중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12월 5일에도 이천시 마장면의 물류창고에서 용접작업 중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7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2008년 당시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단열재가 내장된 샌드위치 패널을 대형 참사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이번에도 불이 난 물류창고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은 유리섬유 단열재보다 가격이 싸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소방당국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물류창고는 ‘화약고’와 같아 불이 나면 진화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사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안전 규정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건축, 전기적 위반사항 등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