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기간산업 '40조원 지원' 길 열려…정유·화학업종도 포함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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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빠진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업은행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고 4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 기금이 발행하는 채권의 상환을 정부가 보증하는 안건은 30일 새벽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로써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이르면 다음달 출범하고, 대한항공이 첫 지원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도 국회 벽을 넘어 케이뱅크 등이 영업을 확대할 기반이 마련됐다.
기간산업기금 내달 출범…정부 보증으로 한은 자금 투입
'고용유지' 조건 걸어…대한항공이 첫 지원 대상 가능성
대주주 자격 완화돼 케이뱅크 '6000억 증자'도 청신호
기간산업안정기금 2025년까지 운용산은법 개정안에 따르면 산은은 내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기계 전력 통신 등 7개 기간산업을 지원한다. 법에 지원 범위를 시행령으로 넓힐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정유·화학업종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은 산은이 정부 보증을 받아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정부가 상환을 보장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이 채권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은 외에 국내외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채권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기간산업에 대한 대출, 자산 인수, 채무 보증, 회사채 인수 등에 쓰이며 일부는 출자에 사용된다. 정부는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의결권은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으면 고용유지 조건이 붙는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사가 노력해야 할 사항을 정한다. 정부는 조간만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6개월 동안 일정 비율 이상 고용 총량을 유지한다는 등의 조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고용유지 약속을 위반하면 대출에 가산금리를 부과하거나 지원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경영 성과를 기금과 공유해야 하며 임직원에게 고액 연봉을 줄 수 없다. 기금 운용은 2025년까지만 이뤄진다.
숨통 트인 케이뱅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을 규제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재수’ 끝에 통과됐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등이 있으면 심사 통과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불공정행위를 제외하고는 심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완화했다. 지난달 본회의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결격사유에서 모두 빼기로 했다가 부결됐다.이번 개정은 케이뱅크에 대한 6000억원 규모의 증자와 맞닿아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34%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특례법이 시행돼 KT를 대주주로 전환해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KT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으면서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자본금 확충이 어려워지면서 케이뱅크는 1년간 신규 대출을 할 수 없었다.
KT는 결국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에 유상증자하기로 했다. 지난달 비씨카드는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사들였고 오는 6월까지 지분을 34%로 늘릴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KT가 비씨카드를 제치고 예전처럼 직접 증자에 나서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에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금융투자회사의 정보교류 차단 장치인 ‘차이니즈 월’ 규제 체계를 개편해 영업 활력을 높이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다. 법률로는 정보교류 차단 의무를 원칙적으로 규정하되 세부 사항은 각 회사가 내부적으로 통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국회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처리했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정인설/박종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