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모범이 된 한국, 장애인 지침은 없어 아쉬웠죠"

하버드대 졸업 척수장애 청년, '코로나19 장애인 가이드라인' 웹사이트 제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모범 사례가 됐잖아요. 장애인에 대한 감염병 가이드라인 측면에서도 전 세계의 본보기가 되면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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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등 장애인 이동권 콘텐츠를 제작해 관심을 끈 협동조합 '무의'의 김건호(27) 이사가 이번에는 장애인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정보를 모은 웹사이트를 열었다.

세계 각국의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모아둔 '액세스코비드19닷컴'(accesscovid19.com)이다. 현재까지 미국·영국·뉴질랜드·베트남 등 7개국의 18개 가이드라인이 이곳에 실려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일하는 김씨는 10년 전 스키를 타다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동권 보장을 위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3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3월 말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자가격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사이트 제작 계기를 밝혔다.
그는 입국 직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자 했으나 휠체어 사용자와 관련한 지침이 없어 주민센터, 구청, 시청까지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김씨는 "텐트식 선별진료소에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고, 드라이브스루식 검사를 받으려면 혼자 운전해야 한다고 하더라"라며 "휠체어 장애인 중에는 혼자 운전할 수 없는 사람도 많은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씨는 감염병 상황에서의 장애인 관련 지침을 취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참고할 만한 해외 자료라도 정리해 공유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구 장애인시설의 집단감염 사태에서 보이듯, 몸이 아프거나 이동이 힘든 장애인들은 감염병에 가장 취약해요.

그만큼 철저한 대응 지침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의외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국가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아 아쉬웠어요.

"
김씨는 장애인에 대한 감염병 대응 지침은 장애 유형별·상황별로 나눠 세밀하게 갖춰져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뉴질랜드의 지침이 섬세하고 실효성 있다고 느꼈다"며 "보건당국 홈페이지에는 장애인이 감염됐을 때 활동보조사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부터 자가격리 상황에서 음식과 약을 받는 법까지 상세히 소개돼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장애인단체들과 연대해 각국 정부에 '장애인 감염병 가이드라인' 수립을 촉구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하버드대 법대의 장애 관련법 연구팀과 함께 미 의회 입법을 추진하고, 영국의 장애인 활동가 소피 모건과도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앞으로도 장애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부족한 편의시설과 편견 때문에 사회활동을 잘 못 하는 장애인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이러한 제약을 해소하고, 장애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