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코로나 불길' 마주한 이주열, '위기 소방수' 경험 살리나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이곳저곳서 질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기업이 휘청이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마당에 '발권력 카드'를 너무 아끼고 위기 대응 능력이 없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3월에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하다"고 말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은의 위기 대응 능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검증된 바 있다. 2008년~2009년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주도하며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웠고,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유동성을 적재적소 공급하며 한국 자금시장에 불어닥친 불길을 잡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위기 당시 통화신용정책을 관할했던 한은 부총재보로서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한 '소방수'로 꼽혔다. 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금융회사 간 신용과 믿음이 훼손되면서 돈을 빌려주는 것을 꺼려했고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한국 금융시장도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금리가 뛰기 시작했다. 당시 단기자금 조달에 치중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현금 품귀' 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다. 은행의 핵심 조달통로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치솟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직전인 2008년 9월12일 연 5.79%였던 CD 금리는 그해 10월24일 연 6.18%까지 치솟는다. 은행채 등의 상황도 비슷했다. CD와 은행채 금리가 뛰자 회사채 금리 등도 줄줄이 오름세를 뛰었고 금융회사, 기업 등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주열 총재는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CD 금리를 끌어내리는 방안을 설계했다. 한은이 RP 방식으로 증권사에 자금을 공급하고, 증권사가 그 자금으로 CD와 은행채를 집중매수하도록 했다. 당시 금융시장국 차장이었던 임형준 전 부총재보는 이주열 총재의 지시를 받아 그 실무업무를 담당했다. 2008년 10월~2009년 1월에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증권사 등에 공급했다. 연 6.18%까지 치솟았던 CD금리는 급락해 2008년 12월 말에는 연 3.93%, 2009년 1월 말 연 2.96%, 2월 말 2.49%로 내려갔다. 자금시장 안정에 대한 성과는 2009년 4월 부총재보에서 부총재로 승진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한은은 최근 금융회사가 요청하는 RP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안과 증권사 직접대출을 결정했다. 국채는 물론 특수은행 채권 등을 보다 더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지원하기 위한 구조 설계에 대한 고민도 크다. 이 총재의 과거 위기 대응 경험을 어떻게 살려나갈지 주목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