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12년 전 냉동창고 화재 '판박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8명의 사망자를 비롯 총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 모가면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에 대한 경찰과 소방당국의 합동 현장감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소방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8년 1월, 40명이 사망한 이천시 호법면 냉동창고 참사의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사망자 38명 가운데 29명은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했고 훼손정도가 심해 확인이 어려운 나머지 9명은 유전자를 채취해 국과수 원주 본원에 신원 확인을 의뢰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화재원인 및 건축 등 위반사항 수사팀 26명을 비롯해 총 117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이날 공사업체 관계자 6명, 목격자 2명 등 총 11명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이어 핵심관계자를 중심으로 집중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현재 화재현장 건물의 인·허가 관련철, 설계도, 공사일보, 구조도면, 건축도면 등 7종의 관련서류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앞으로 사망자 부검, 화재원인 규명, 건축 등 위반사항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2008년 1월 40명 사망자 발생한 이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의 판박이

12년전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냉동창고 내부에서 우레탄폼으로 마감작업을 하다 유증기에 불티가 옮겨 붙어 연쇄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과 유독가스가 번져 40명의 근로자가 미처 대피하지 못해 사망한 참사다.

지난 29일 오후 1시32분 발생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도 화재원인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돼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소방당국과 근로자 진술 등에 따르면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을 하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레탄은 단열효과가 뛰어나고 접착성이 좋아 물류창고 등에 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해 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불이 쉽게 옮겨 붙고 맹독성가스가 발생해 화재에 취약한 단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소방전문가는 “이번 모가면 신축 물류창고 화재도 지하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하다 발생한 화재라는 점에서 2008년 1월의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의 판박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용노동부가 수차례 화재 위험성 개선요구, ‘인재’ 지적도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산업안전공단은 물류창고 공사업체 측에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업체 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한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서류심사 2회, 현장 확인 4회 등 총 6회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건설공사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나 위험요인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이에 따라 업체 측이 유해위험방지계획서 개선 요구를 미준수해 화재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재 원인으로 우레탄폼에 발포제 등 첨가에 따른 가연성 증기 발생, 2개 이상의 동시 작업으로 점화원 제공 등도 지목되는데 공사 업체는 이와 관련한 방지책도 소홀히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또 9개 업체 78명이 한꺼번에 지하 2층∼지상 4층에서 작업을 했는데, 상황전파 등 비상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하 2층에서 발생한 불로 지상 근로자도 다수 사망했다. 화재 사망자는 지상 2층에서 가장 많은 18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지하 2층, 지상 4층인 공사현장 건물의 지상 2층을 제외한 각층에서는 각각 4명씩의 시신이 발견됐다.

한편 이천시 재난안전본부는 이날 낮 12시에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피해자 합동분양소를 설치했다.

이천=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