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3000년 前부터 시작된 가짜 뉴스…"우리의 지식은 오류로 가득하다"
입력
수정
지면A17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오늘날 형태의 자전거는 1817년 독일 바덴 지역 삼림청장이던 카를 폰 드라이스 남작이 처음 발명했다. 그렇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전거를 발명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퍼지게 된 걸까.
페터 쾰러 지음 / 박지희 옮김
한국경제신문 / 342쪽│1만6500원
1974년에 다빈치의 스케치 모음집인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의 한 설계도 뒷면에서 꼭 자전거처럼 보이는 설계 스케치가 발견됐다. 1960년 다빈치의 모든 설계도와 메모 뭉치를 검토할 때는 그 스케치가 없었다. 다빈치가 그린 두레박 사슬 설계를 보고 누군가가 다빈치 스케치에 페달이 달린 자전거를 몰래 추가한 것이었다. 이 스케치 조작으로 ‘자전거는 다빈치가 처음 발명했다’는 잘못된 뉴스가 퍼져 나갔다. 그 결과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자전거는 다빈치가 처음 구상했다고 생각한다.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조금만 따져봐도 사실이 아닌 지식이 많다. 독일의 문학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페터 쾰러는 저서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에서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기이하고 유명했던 가짜 뉴스들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지식들을 파헤쳐 오류로 가득한 우리의 지식이 오늘날 어떤 영향력과 의미를 지니는지 논한다.
저자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인터넷이 생기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가짜 뉴스의 역사는 신문보다도 더 오래됐다. 역사 속 최초의 가짜 뉴스는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274년 람세스가 히타이트와 벌인 전쟁사를 기록한 돌기둥에 등장한다.
전단이나 팸플릿을 통한 뉴스 전파는 15세기 후반에 시작됐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현실보다는 판타지에 더 가까웠다. 르네상스 시대에 인본주의 가치관이 대두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또 무역 발달에 따라 해외 시장을 정복하려는 상인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초자연 현상이나 기적을 모아놓은 서적과 전단이 아니라 세계의 이해를 돕고 경험에 근거한 정보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 ‘국가의 네 번째 권력’이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언론의 권력은 더욱 커졌고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 뉴스가 더 많이 유포되고 영향력도 그만큼 증대됐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고, 희망 사항이 진실을 이기며, 가짜 뉴스가 공식 뉴스가 되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저자는 현대의 단순한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왜곡된 사실과 사회문화적 허위에 대해 면밀하게 짚어낸다. 또한 가짜 뉴스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 또는 축소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 동기는 무엇인지 파헤친다. 그는 “가짜 뉴스는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그 다양한 측면과 속내를 알아야 우리 삶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