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아파트서 방문학습 과학실험 후 이틀 연속 화재

도금실험 사용 아연가루 자연발화 추정…현관 등 불타
학부모·주민 "대형화재 날 뻔"…업체 "부주의 인정"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과학실험 방문 학습이 끝난 뒤 잔여 화학물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 등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학부모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1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모 아파트 주민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2시 6분께 이 아파트 2층 A씨 집 현관에서 불이 났다.

당시 집 안에는 A씨의 아들(12) 혼자 있었다.

아들의 연락을 받은 A씨가 "아이 혼자 있는 집에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 소방인력이 5분 만에 출동해 10여분 만에 화재를 진압하고 사다리차로 아들을 구조했다.
A씨 아들은 연기를 마시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다행히 A씨 집도 현관만 타고 집안으로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재는 입시업체인 J사의 과학실험 방문 학습 교사가 A씨 집을 찾아와 아들과 함께 동전을 아연가루와 수산화나트륨으로 도금하는 실험을 하고 나서 발생했다. 실험 후 남은 아연가루를 현관 앞 재활용 분리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경찰은 교사가 집을 나서고 나서 쓰레기통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아연가루는 자연 발화할 수 있는 물질이어서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과학실험 방문 학습 교사를 실화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도 이 아파트 다른 동 B씨의 집에서도 똑같은 과학실험 방문 학습이 끝난 뒤 도금 실험 도구를 올려놓았던 교자상 표면이 검게 그을리는 일이 발생했다.

방문 학습 교사가 실험을 마치고 집을 나서고 나서 3시간가량 후에 B씨가 교자상을 치우려고 살펴보니 불에 탄 것처럼 상 표면이 꺼멓게 그을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틀 사이에 과학실험 방문 학습 후 화재 사고가 이어지자 피해 아동의 학부모뿐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이 자칫하면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실험 전에 충분히 화학실험 재료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를 학부모에게 알려주고, 실험 후 남은 재료는 교육담당자가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너무 놀라 저도 직장에 며칠 휴가를 냈고, 아이는 심리치료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자상이 그을리는 피해를 본 학부모 B씨는 "우리 집에서 사고가 난 다음 달 A씨 집에서 불이 난 것을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곧바로 방문 학습 교육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체 측에서 사과는 했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학원에서는 교사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제는 아이가 방문 교육받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
A씨 집 화재를 목격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주민은 "A씨 집 현관만 조금 타고 말았으니 다행이지, 잘못됐으면 아파트 동 전체에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면서 "교사가 왜 위험한 화학물질을 직접 수거해 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안전불감증이다"라고 지적했다.

입시업체 J사 측은 실험 잔여 물질을 제대로 치우지 않은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J사 관계자는 "13년가량 과학실험 방문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잔여 화학물질을 부주의하게 버린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다.

피해 학부모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험요소가 있는 도금 실험을 교육프로그램에서 모두 없앴으며, 조금이라도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모든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철저히 예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3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고등학교 2층 과학실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연가루와 휴지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해 과학실 내부 집기를 태운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