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까, 이 기시감은…'n번방' 연상시키는 넷플릭스 '인간수업'

수위 높은 범죄·학원극 조합…국내 드라마로선 드문 시도
'10대 남성이 성매매 포주' 소재 거부감 피하긴 어려울 듯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인기가 뜨겁다.주연 배우가 모두 신인임에도 이야기의 힘 덕분에 지난달 29일 공개되자마자 '오늘 한국의 톱 10 콘텐츠' 5위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전례가 없는 도발적인 설정으로 신선하고 참신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듣는 한편, 청소년 성범죄가 연일 보도되는 민감한 시기에 껄끄러운 소재를 다뤄 보기에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다.
◇ 10대 남학생이 성매매 포주…파격적인 설정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제작발표회 때까지도 명확한 설명 없이 모호하게만 소개됐다.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온라인 앱으로 조건만남 중계를 하는 성매매 포주라는 파격적인 설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같은 반 여학생은 신고는커녕 자신도 포주 일에 끼워달라고 하면서 둘은 나락으로 추락한다.

국내 TV 드라마로는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할 것 없이 기획조차 힘들었을 이야기다.주연 배우 중 하나인 정다빈이 "드라마 내용을 듣고 부모님이 충격을 조금 받으셨다"고 했을 정도다.

이 한없이 비도덕적인 드라마는 국내 학원극의 계보에서 벗어나 있다.

학원극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KBS 2TV '학교' 시리즈는 청소년의 진로 고민, 우정, 이성 교제,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을 주로 다뤘다.간혹 JTBC 'SKY 캐슬'(2018~2019)이나 OCN '미스터 기간제'(2019)처럼 스릴러에 가까운 학원극이 만들어진 적은 있었지만, 소재의 충격이 주는 강도는 '인간수업'이 훨씬 더하다.
'인간수업'은 국내 드라마보단 선정적인 소재도 거침없이 다루는 해외 드라마의 자장 안에 놓여 있다.

사회성이 결여된 10대 남녀가 '막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는 영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빌어먹을 세상따위'가 연상되고, 주인공들이 범죄 조직과 얽히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빠진다는 점에서는 미국 AMC에서 방송된 '브레이킹 배드'가 떠오른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간수업'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노출은 거의 없지만 폭력 묘사가 사실적이고 주인공들 대사마다 적나라한 욕설이 끼어있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되는 쾌속 전개는 넷플릭스 플랫폼에 맞춤형인 듯 몰아보기에 최적화돼있다.

김동희와 박주현, 정다빈, 남윤수 등 신인 배우들의 연기는 최민수, 박혁권, 김여진 등 베테랑 배우들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 "왜 하필 이 시기에?"…자극적 소재에 거부감도
총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인간수업'은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알고 계신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세요"라는 자막과 함께 사이버1388 청소년 상담센터 안내 문구가 뜬다.

넷플릭스는 작품 공개 당일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가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강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국내에선 처음 드라마화되는 민감한 소재인 만큼 미성년자의 범죄를 엔터테인먼트화했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런 노력에도 소재에 대한 거부감은 완전히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간수업'은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성범죄 가해자들이 왜 범죄에 나서게 됐는지에 대해 '서사'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목소리가 한창 높아진 분위기에서 공개됐다.

성매매 포주인 10대 남성이 가정 형편 때문에 포주 일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하고 그가 범죄에 손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상당히 몰입감 있게 그리는 점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성매매에 나서는 여성 대부분이 성적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인물로 등장하면서 대사를 통해 "성 노동자 권리 문제는 종결 안 나는 떡밥"이라며 관련 논쟁을 슬쩍 피하는 것도 작품을 논쟁적으로 만든다.
'인간수업' 극본은 '모래시계' '카이스트'를 쓴 스타작가 송지나의 아들 진한새 작가가 집필했다.

웹 드라마 '아이리시 어퍼컷'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진 작가는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 아이가 친구들에게 담배를 파는 모습을 목격한 데서 대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그는 보도자료 인터뷰에서 "죄의 본질은 무엇인지, 죄가 왜 나쁜 건지 다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