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천 화재 '사망자 사인·화재원인' 집중수사

국과수, 일부 사망자 부검 시작…화재현장선 2차 합동감식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망자들의 사인과 화재 원인 조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천 화재 수사본부는 1일 "현재 최우선으로 수사 중인 사안은 일부 사망자들의 사망 원인이고 두 번째는 화재 원인"이라며 "이 두 가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의 우선순위를 이같이 정한 이유는 일부 사망자의 사인 확인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망자들의 경우 혈액을 채취한 뒤 혈액 내 일산화탄소 농도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화재로 인한 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일부 사망자의 경우 혈액을 채취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이 때문에 경찰은 이들 사망자의 유족 동의를 얻어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일부 사망자에 대해서는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직전 건물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인 확인이 되지 않는 사망자들의 사인 규명을 먼저 해야 한다"며 "혈액 채취를 할 수 없는 사망자와 유족이 부검을 원하는 경우를 합해서 15명을 부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는 현장감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경찰은 소방 등 관계기관들과 함께 전날부터 이날까지 두차례에 걸쳐 불이 난 물류창고 B동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1차 감식은 건물 내부 바닥에 가득 쌓여있던 화재 잔해물을 제거하는 작업 위주로 이뤄졌다.

이날 2차 감식의 목표는 남은 잔해물을 마저 치운 뒤 불이 시작된 곳을 확인하고 주변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화재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일단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인 B동의 지하 2층에서 폭발이 처음 일어난 뒤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지하 2층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관리의무 이행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전날 건축주와 시공사,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 모두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설계도면 등 공사 관련 자료를 확보, 현재 분석 중이다.

또 이천시에서 이번 공사 인허가 서류도 확보해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당시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있었는지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었는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며 "이번 사고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폭발과 함께 불길이 건물 전체로 확산해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