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대 전 총장 교비로 불법 매입한 펜션 며느리가 관리

항소심서 확인…"펜션은 연수원 용도" 전 총장 주장과 달라
전 총장 1심 징역 2년→항소심 집행유예 3년

김병옥(88) 신한대 전 총장이 등록금 등 교비로 불법 매입한 펜션의 수익금을 며느리가 사용한 것으로 항소심에서 확인됐다. 해당 펜션을 살 때도 이 며느리의 외할머니 이름을 빌렸다.

앞서 1심 때는 김 전 총장이 대학 내 교육연구시설 맨 꼭대기 층에 아들 부부가 살게 하면서 인테리어 공사비 5천만원을 교비에서 지출한 것이 드러나 비난받았다.

김 전 총장은 강성종 현 총장의 어머니다. 신한대는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등록금이 세 번째로 비싸다.
3일 법원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현직 때인 2014∼2018년 교비 23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횡령액 중 17억원은 2015년 인천 강화군에 있는 각각 10억원짜리와 7억원짜리 펜션을 사는 데 사용했다.

나머지는 세금과 융자금, 인테리어 공사비 등을 내는 데 썼다.

펜션 매매 계약에는 A씨의 이름이 사용됐다. 그러면서 김 전 총장은 신한대가 A씨에게 펜션을 빌리는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 보증금을 교비로 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학교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김 전 총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은 판결에 불복, "펜션은 교육에 필요한 시설인 대학 연수원 용도였기 때문에 교비를 사용해도 사립학교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그 사이는 김 전 총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펜션 매입 과정과 용도 등이 쟁점이 됐다.

김 전 총장은 A씨 이름으로 해당 펜션을 샀는데, A씨는 김 전 총장 며느리인 B씨의 외할머니로 확인됐다.

이 펜션은 연수원이 아닌 일반 숙박시설로 사용됐고 홈페이지까지 개설됐다.

더욱이 펜션 수익금은 A씨의 은행 계좌로 입금됐으며 B씨가 계좌를 관리하면서 수익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총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펜션을 팔아 교비 회계에 입금하는 등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고 김 전 총장이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지난달 23일 징역 2년을 유지하면서 형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재판부는 "해당 펜션은 연수원으로 사용된 적이 없고 대학 설명 자료에도 없다"며 "학교 법인이 교비로 시설·설비 등을 사들이는 것을 허용하면 교비 적립에 기여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희생 아래 학교 법인만 재산을 늘리는 부당한 결과에 이른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생들의 입학금, 수업료 등은 사용처가 엄격히 정해져 있는데도 이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해 비난 가능성이 높고 죄질도 나쁘다"며 "다만 횡령 금액이 상당 부분 보전되고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신한대는 2013년 의정부에 있는 2∼3년제였던 신흥대가 동두천에 있는 4년제 한북대와 통폐합, 교육부로부터 4년제 승격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한대 등록금은 연 866만3천900원으로,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한국산업기술대와 연세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