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은 진짜 위기에 준비돼 있나

박준동 경제부장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봄 전쟁’에서 승리한 것 같다. 2900여만 명이 참여한 4·15 총선에서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며 신규 확진자도 10명 안팎으로 줄었다. 2월 말 하루에만 8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이제 웬만해선 코로나19에 걸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

외신들은 한국을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희생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빠른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은 이런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한국의 저력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신속한 대규모 검사, 밀접 접촉자에 대한 빠른 격리와 동선 공개, 의료진의 헌신과 적극적인 대응, 국민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이다.외국의 입국제한 반사이익 커

하지만 이것이 다일까. 승리에 도취해 놓치는 게 있는 것 같다. 외국의 한국인 입국제한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한국의 코로나19 분기점은 2월 18일이었다. 이날 신천지 신자가 31번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또 이날 하루에만 확진자 수가 31명에서 58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월 19일부터 세계 각국 언론은 일제히 한국 상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2월 말~3월 초 세계 언론의 톱뉴스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었다. 그러자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과 교류가 많은 국가 중에선 베트남이 첫 번째다. 2월 25일 이후 비행기 착륙을 불허하느니, 비행기에서 내린 한국인들을 돌려보내느니 법석을 떨었다. 모리셔스 같은 섬나라는 신혼부부들의 입국을 보류했다. 이스라엘에선 자국 돈을 들여 한국인들을 비행기에 태워 돌려보냈다. 미국도 2월 말부터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했으며 일본은 3월 5일 사실상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외국의 한국인 입국금지는 반대 측면에서 보면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위험한데 왜 오겠는가? 이것이 상당히 큰 도움을 줬다. 특히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에서의 한국 여행이 급감한 게 국내 방역에 큰 도움을 줬다. 온전히 신천지 등 국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2차 대유행 때 한국 취약할 수도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시기는 올해 가을이나 겨울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코로나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이를 거의 확신한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비슷하게 얘기했다.코로나바이러스는 여름철엔 남반구로 내려갔다가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겨울에 다시 북반구에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까지 한국의 감염자 숫자가 인구 대비 적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과의 상대 비교다. 매를 먼저 맞고 또 적게 맞아 좋았지만 나중에는 처음보다 훨씬 더 많이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경우에 따라 도시 봉쇄와 강제적 이동제한, 외국인 입국금지 등의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경제적 충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코로나 위기 대응 규모는 240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3%에 이른다. 코로나 대응만을 위해 발행하는 적자 국채는 올해 44조원 규모다. 2차 대유행 때 정부가 쓸 돈은 있을까.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마치면 내년도 예산안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올해처럼 선심성 복지예산을 짤 여유가 없다. 방역 전문가와 함께 경제 전문가들의 얘기도 들을 때가 됐다.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