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관례 깨고 김정은 옆자리에…김여정, 사실상 '北 2인자'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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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서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이 20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바로 옆에서 그를 보좌했다. 통상 서열순으로 앉는 관례를 깬 것이어서 김정은이 김여정을 사실상 ‘2인자’로 공식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바로 오른쪽 옆 앉아
대내외에 2인자 위상 각인
공식서열 2위 최용해는 불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지난 2일 공개한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행사 사진을 보면 김여정은 김정은의 바로 오른편에 앉았다. 이 자리는 통상 공식 서열 2위인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았지만, 이날은 최용해가 불참했다.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북한의 주요 행사에서는 당 간부들이 통상 비슷한 서열순으로 주석단에 앉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여정은 이날 이런 관례를 깨고 자신보다 당내 공식 서열이 높은 김덕훈 당 부위원장의 상석에 앉은 셈이다.이날 준공식은 북한이 최근 중시하는 경제 분야 행사이자, 국제사회에 김정은을 둘러싼 사망설 등을 사실상 정면 반박하는 성격도 담겼다는 점에서 김여정의 위치는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여동생을 이제는 백두혈통을 넘어 정치적 동반자이자 실질적 2인자로 대내외에 확인시킨 것이란 해석이다.
최근 김여정은 차관급(제1부부장)으로선 이례적으로 자기 명의로 된 담화문을 여러 차례 내놓으면서 존재를 과시해 왔다. 특히 지난 3월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인 담화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김정은의 목소리를 대신 냈다는 평가도 있었다. 최근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활동에도 거의 매번 동행하며 ‘로열패밀리’라는 상징성을 넘어 실질적 권력 2인자로서 입지도 다져왔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국내외에선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8일 김정은이 곧 김여정에게 후계자를 뜻하는 ‘당중앙’ 지위와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지난달 29일 미·북 관계 종합 보고서를 내고 “36세의 김정은은 수년간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이 사망하거나 통치불능 상태가 된다면 김정은의 자녀 세 명이 모두 10세 이하인 점, 김정은이 지명한 확실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권력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