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한목소리로 "어메이징 코리아…방역 노하우 가르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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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외교' 로 위상 달라진 대한민국지난달 29일 인천공항공사의 한 회의실에서 한국과 콜롬비아 정부 간 화상회의가 열렸다. 인천국제공항의 입국 및 검역 시스템을 콜롬비아 측에 설명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선 김건 외교부 차관보를 대표로 실무진 20여 명이 참석했다. 화상으로 연결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회의장엔 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 교통부 장관, 정보통신기술부 장관, 보건부 장관, 외교부 차관 등 고위급 인사가 대거 등장했다. 58개 관계기관에서 참석자만 70여 명에 달했다. 국력과 상관없이 참석자들의 ‘급’을 맞추는 세계 외교무대에선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주한 콜롬비아대사관은 별도 촬영팀을 동원해 회의 장면부터 인천공항 검역 현장까지 영상에 담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콜롬비아 측 요청으로 회의를 준비할 때만 해도 고위급이 총출동할지 몰랐다”고 전했다.
선진국뿐 아니라 韓 영향력 미미한 중남미서도 러브콜
콜롬비아, 대통령까지 나서 "공항운영 노하우 배우고파"
‘노하우 전수해달라’ 쇄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각국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국내 지역사회의 신규 확진자 수 ‘0’을 기록한 한국과 달리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다. 2일 기준 세계 확진자 수는 329만2000명, 사망자는 23만7000명을 넘어섰다.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감염병 창궐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콜롬비아 화상회의는 ‘코리아 프리미엄’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진단키트를 지원하고 방역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로 했다는 대국민 담화까지 내놨다. 외교부 관계자는 “페루,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멕시코 등 우리가 외교적으로 주목하지 못했던 국가에서 방역 협조는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업에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국방부에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1만 회 분량을 전달했다. 신한금융그룹도 미얀마 정부에 코로나19 진단키트 1만 명 분과 방호복 300벌을 기부했다. 미얀마는 신한금융그룹의 신남방 전략적 요충지 가운데 하나다.한국인 생활양식까지 소개
세계 언론들은 한국의 촘촘한 의료 시스템, 높은 시민의식, 신속한 진단과 방역 등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보도된 한국 관련 기사 총 8610건 중 65%인 5589건이 방역에 대한 내용이었다.
외신 보도는 주로 한국의 방역 전략 분석에 집중됐다. 대대적인 검사, 진단과 추적,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을 위해 취한 조치들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개방성, 투명성, 신속성, 혁신성 등을 방역 성과의 요인으로 조명했다. 오스트리아 최대 언론사인 크로넨자이퉁은 “고립과 분리가 아니라 국민과 협력의 사회적 연대라는 해법을 제시했다”고 전했다.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 가운데 지속된 한국인들의 차분한 일상에도 주목했다. 홍콩 SCMP는 기사에서 “중국과 이탈리아는 수백만 명의 이동을 통제했지만 한국은 발병 중심지인 대구에서조차 시민 이동을 제약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세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한국을 코로나19 세계 대유행 상황 아래 ‘세계 최초로 선거를 치른 나라’로도 집중 조명했다.
해외 유력 언론들은 방역 성공 스토리를 넘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생활양식, 새로운 문화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 기사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뒤 유행하기 시작했다”며 자가격리 중 마실 멋진 음료(quarantine-chic drink)로 한국의 ‘달고나 커피’를 소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도 자가격리 기간에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요깃거리 중 한국식 달고나 커피가 있다며 조리법을 전했다.
“외교 지평 넓힐 호기”전문가들은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경험 공유 등을 통해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안보 분야 못지않게 방역에서도 글로벌 협력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절호의 기회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와 한국인들의 일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회복될지에 대해서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의료 시스템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여러 나라가 참고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통해 선도적으로 의제를 내놓고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