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살해 사건에 교육부가 낸 대책은 "예방교육 영상 홍보 강화"

전문가들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고위험군 가정 모니터링 강화해야"
서울 동작구에서 10대 남자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 당국이 교사·학부모들에게 아동학대 예방 영상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전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실효성 있는 교사·학부모·아동 대상 교육 강화와 아동학대 사전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격수업으로 아동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내 아동 학대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 홈페이지와 '학부모 온누리'(parents.go.kr) 사이트를 통해 아동학대 예방 영상을 송출하도록 조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서도 아동학대 예방 콘텐츠를 생성하는데, 이 콘텐츠도 시·도 교육청에 안내해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볼 수 있도록 하라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발생 우려가 큰 시기인 만큼 교사와 학부모들이 아동학대 예방 영상을 시청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이 장기 결석해 소재·안전이 불명할 경우 교사가 경찰에 수사 의뢰하게 돼 있으며, 아동학대 위기에 처한 학생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복지부와 지속해서 협력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덧붙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동작구 초등학생 사망 사건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학교 현장과 교육청·경찰청 등 관계 기관이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동학대 전문가들은 온라인 교육 영상 홍보를 강화했다는 교육부의 대책 발표에 "전혀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교사들은 원래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돼 있다. 새로운 대책이 아니다"라면서 "교사 대상 교육을 나가서 질문해보면 온라인 영상에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도 모르는 분이 많다.

온라인 홍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가정 문제가 있을 때 담임이나 상담 교사에게 말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주고, 아동 대상으로도 인권 교육과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며 "고위험군 가정을 촘촘히 사전 모니터링해 학대가 일어나기 전에 개입하는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할머니와 10대 손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지난해 말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이 아버지가 범인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