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KAL기 피랍자 구금한 것 맞다"

1969년 강원서 납치돼 원산 간 KAL기 사건
北은 결국 11명은 송환 안 해
1969년 당시 납치됐던 YS-11기와 같은 기종의 여객기
구금 문제를 다루는 유엔 산하의 실무그룹이 북한이 'KAL기' 피랍자인 황원 씨를 '자의적 구금'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은 여태껏 강제 구금된 사람은 없다고 주장해왔었다.

4일 대북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은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결정문에서 "북한 요원의 대한항공 여객기 공중납치에 의한 황원 씨의 신체 자유 박탈은 법적 근거나 정당성이 없다"면서 "북한은 법적 근거 없이 황씨를 계속 구금해 세계인권선언 제9조와 자유권규약 9조 1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WGAD는 전세계의 자의적 구금 혐의사례를 심의하는 조직이다.황씨는 12월 11일 강릉에서 김포로 향하던 중 간첩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된 대한항공 YS-11 항공기 탑승자 중 한 사람이다. 당시 이 비행기는 강원도 평창 대관령 일대 상공에서 승객으로 위장해 타고 있던 북한 공작원에 의해 북한 원산 인근의 선덕비행장에 강제 착륙했다. 북한은 국제사회 비난이 거세지자 이듬해 2월 14일 승객과 승무원 50명 중 39명을 송환했지만 MBC PD였던 황씨를 포함한 11명은 돌려보내지 않았다.

황씨 아들인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는 지난해 5월 부친 납북을 '자의적 구금'으로 판정해 달라며 WGAD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북한은 3개월 뒤 WGAD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나라에는 자유 의지에 반해 강제 구금된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들 황 대표는 이번 WGAD의 판단에 대해 "아버지 등 11명의 송환을 위해 노력한 지 20년이 됐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엔이 인정해준 데 대해 작은 위안을 받는다"고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