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바이오 "치매 진단키트 연내 국내 출시"

뇌에서 나오는 베타아밀로이드
혈액으로 검출하는 기술 확보
기존 방식 비해 비용 10분의 1

지난해 필리핀 병원에 공급
10개국에서 판매·임상 진행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가 치매진단키트 출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피플바이오 제공
“치매 같은 뇌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는 게 치료의 핵심입니다. 기존 진단법의 10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도 치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이미 해외에서 판매 중입니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올해 안에 국내에서도 치매 진단키트를 판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여부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세계 최초로 보건당국에서 허가받은 바이오기업이다. 지난달 14일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도 청구했다. 국내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기술을 통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게 강 대표의 올해 목표다.“혈액으로 10분의 1 가격에 진단”

2002년 피플바이오를 세운 강 대표는 줄곧 뇌질환 연구에 몰두했다. 설립 초기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프리온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광우병이 수그러들면서 광우병 진단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다른 시장을 찾아야 했다. 강 대표는 단백질 검출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뇌질환으로 눈을 돌렸다.강 대표는 “치매 진단 기술에 이어 파킨슨병 진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파킨슨병 진단키트는 올해 안에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뇌에서 유래한 단백질의 종류별 변화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뇌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검출하기 위해선 뇌척수액을 추출해야 한다. 하지만 척추에 바늘을 찔러 추출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거부감이 크다. 뇌 영상 촬영을 통한 진단도 가능하지만 검사 비용이 120만~180만원으로 비싸다. 치매 초기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진단을 미루다가 증세가 심각해지고서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피플바이오는 뇌척수액이 아니라 혈액에서 뇌 유래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 뇌에서 나온 단백질이 뭉쳐 있는 형태인 ‘올리고머 단백질’이 다량 검출된다. 하지만 혈액에는 올리고머 단백질이 극소량만 있는 탓에 기존 기술로는 진단이 쉽지 않았다.피플바이오는 혈액 내 다른 단백질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올리고머 단백질을 선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3일이면 진단 결과가 나온다. 정확도는 90% 수준이다. 강 대표는 “10만원대 가격으로 혈액 검사를 통한 진단이 가능하다”며 “비용과 진단 방식 모두 기존 방식보다 개선돼 의사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치료제 나오면 시장 더 커질 것”

피플바이오는 연내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4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018년 기술성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 회사는 지난해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피플바이오는 지난해부터 필리핀 대형 종합병원에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키트를 공급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지난해 약 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 대표는 “임상을 진행하거나 실제 판매에 들어간 국가가 이미 10개국”이라며 “국내서도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씨젠, 랩지노믹스와 판매 협약을 맺었다”고 했다.

세계 치매 진단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치매 치료 후보물질이 100개 이상 등록돼 있을 정도로 여러 업체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며 “치료제가 나오면 진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