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연휴기간 '급급매' 팔리자…강남 재건축 몸값 다시 올랐다

잠실5·압구정현대·은마 실거래가 '반짝 상승'

집주인 "낮은 가격엔 안 팔겠다" 물량 거둬들여
'7월 前 양도세 절세 매물' 노린 매수 문의 급증
"바닥 확인"vs"반등 힘들 듯"…눈치보기 장세
지난달 4·15 총선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쏟아졌던 급매물이 최근 대부분 소화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연합뉴스
“생각이 바뀌어서 이 가격에 안 팔겠습니다. 지금 호가보다 5000만원 더 올릴게요.”

5월 황금연휴 기간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중개업소에선 잠실 주공5단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려던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단지 전용면적 82㎡를 20억원에 급매로 내놨던 집주인이 중개업소에 매수 문의가 이어지는 걸 보고 계약 직전에 집값을 5000만원 올렸기 때문이다. 이 거래는 결국 무산됐지만 이 단지의 또 다른 전용면적 82㎡는 20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이번 연휴에 잠실 주공5단지에서만 급매가 10여 건 거래됐다”며 “집주인들이 이제 몇 개 안 남은 매물의 호가를 최대 1억원까지 높여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4·15총선 직후 쏟아진 ‘급급매’들이 연휴 기간 대부분 소진되면서 호가가 순식간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올랐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기준일인 6월 1일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한인 6월 말 전에 본격적인 상승으로 돌아서긴 어렵다는 관측이 아직까지 우세하다. 하지만 강남에 진입하겠다는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다는 게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잠실 주공5단지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말 가격이 최저 18억원까지 내렸다가 이번 연휴에 18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는 이보다 높은 19억원대다.같은 단지 82㎡는 저층이 지난달 말 19억5000만원에 손바뀜했으나 최근 1억원 높은 20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금 호가는 평균 21억원대로 올초 시세(21억~22억원대)를 회복하는 모양새다.

또 다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총선 직후와 비교해 매매가가 1억원 넘게 올랐는데도 연휴 동안 한 중개업소에서만 6건의 계약이 이뤄졌을 정도로 매수세가 붙고 있다.

현대3차 전용 82㎡는 지난달 실거래가가 19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연휴 기간 1억원 넘게 오른 20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29억원까지 뛰었던 신현대9차 전용 108㎡도 지난달 23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초 호가가 25억원까지 올랐다. 압구정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 며칠 사이 아파트 호가가 1억~2억원씩 올라갔다”며 “급매로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도 반등했다. 지난달 17억2000만원에 손바뀜한 이 단지 전용 76㎡는 이달 초 17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뒤로 17억원대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총선 직후에 비해 매수 문의가 두세 배 이상 늘었다”며 “전용 84㎡는 매물이 거의 없어 호가가 의미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보유세와 양도세 회피를 위한 급매가 대부분 소화되면서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 6월 말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기 전에 사자는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정부 규제가 여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추세적인 상승 전환은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이번 상승이 급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반짝 강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매수자들은 오른 폭에 비해 아직 하락폭이 작다고 보고 있다”며 “반면 집주인들은 일정 금액 이하로 가격을 낮추지 않으려고 해 당분간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기한이 끝나는 올 하반기에야 정확한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집값은 8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강남3구는 지난 2월 0.02%, 3월 0.17% 내린 데 이어 지난달 0.63% 떨어져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신연수/장현주/정연일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