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상점 "임차료 깎아달라"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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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임대료 인하에도서울 주요 대학 내 상인들이 임차료 인하 등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수업 개강이 늦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개강 늦어 매출 90% 줄어
"차라리 휴점 조치 내려달라"
서강대 내 상가시설인 곤자가플라자 입점 업체 18곳은 지난달 상인회를 꾸린 뒤 학교 측에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서강대 안에서 상인들끼리 연합회를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대학 내 상가인 만큼 임차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반면 개강 지연에 따른 매출 타격은 학교 밖에 있는 상가보다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컨벤션홀을 운영하는 이명주 씨는 “330㎡ 규모 컨벤션홀의 한 달 임차료와 관리비만 1600만원인데 지난 3~4월 행사 진행 건수는 고작 한 건”이라며 “개강을 하지 않다 보니 학회 등을 위해 대관을 하겠다는 문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이전 학기보다 매출이 90% 넘게 줄었고, 저녁 매출은 몇주째 0원”이라며 “알바생 두 명도 해고하고, 지금은 직접 나와 일을 할 만큼 상황이 어렵다”고 했다.
서강대는 지난 3~4월 학내 시설 임대료를 전액 감면해줬지만 곤자가플라자는 이 같은 혜택을 못 받았다. 곤자가플라자는 학내에 있지만 학교가 아니라 별도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상업시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임차료 지원이 어렵다면 개강 전까지 아예 휴점 조치라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다른 대학 상인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내 상가는 운영 시간을 기존보다 5~6시간 단축하고 있다. 일부 상가는 문을 닫았다. 이화여대 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오후 1~2시가 장사가 가장 잘될 때인데 최근에는 이 시간에도 손님이 한두 명뿐”이라며 “운영하는 것 자체가 적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 발길이 끊기자 일부 대학은 임대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임대료를 절반 깎아주기로 했다. 한양대도 학내 입주 업체 50여 곳의 3~4월 임대료를 30% 인하했다. 중앙대도 3월부터 대면강의 시작전까지 50%의 임대료를 감면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D씨는 “4월까지 학교에서 임차료를 절반 깎아줘서 그나마 버텼지만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