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1분기 실적, 어쩌다 주요국 중 '최악' 됐나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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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기업들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1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급감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미국과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기업들의 순익이 각각 36%, 26% 주는데 그친 것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제조업 편중이 독 됐다일본 기업들이 코로나19에 휘청거리는 건 1분기 뿐만이 아닐 듯 합니다. 산케이신문이 일본 주요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전문가 28명에게 물었더니 일본 상장사들의 순익은 2분기에도 64.9%, 올해 전체적으로는 33.6% 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일본 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다소 의외입니다. 지난 2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집단 감염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피해가 적은 나라로 인식됐기 때문입니다.
4일 오전 10시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수는 1만5791명, 사망자수는 549명으로 감염자수와 사망자수가 각각 115만명과 6만7000명에 달하는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들보다 피해가 훨씬 적습니다. 특히 기업들의 실적이 격감한 1분기 동안 일본의 감염자수는 2000명을 겨우 넘었습니다.그런데도 일본 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은 코로나19에 취약한 산업구조와 중국에 집중된 생산의존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큰 업종은 항공, 소재(화학 제철)·에너지(석유 천연가스), 자동차, 소매판매·서비스 부문이었습니다. 항공과 소재·에너지는 적자 전환했고, 자동차와 소매판매·서비스 업종의 이익은 각각 80%와 30% 이상 급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일본의 주력산업들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3월31일 발표한 2019년 일본 경제구조실태조사 1차집계 결과를 보시죠.도소매업과 제조업이 일본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매출 기준)은 각각 32.7%와 27.2%로 60%에 달합니다. 금융업(7.8%)과 정보통신업(4.2%) 등 미국이 강세를 보이는 업종은 10%를 겨우 넘으니 편중도가 상당한 편입니다.◆자동차 수출비중 20.5%의 暗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더라도 건축자재·광물·금속재료 도매업(7.0%), 기계기구 도매업(5.4%), 자동차 등 운송기구 제조업(5.2%), 음식료품 도매업(4.8%) 화학공업(2.6%), 생산용 기계기구 제조업(1.6%), 전기기계기구 제조업(1.5%), 전기업(1.4%), 석유제품 제조업(1.3%) 전자부품·전자회로 제조업(1.3%) 등 비중이 눈에 띄는 업종은 죄다 제조업이거나 글로벌 물류공급망에 의존하는 도소매업입니다. 사회보험·사회복지·간호업의 비중(5.7%)이 2번째로 높은 것은 일본의 고령화 정도를 보여주는 씁쓸한 현주소입니다.일본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새삼 부각되고 있는데요. 일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매출은 18조1000억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했습니다. 제조업 품목 가운데 가장 큽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체 취업인구의 8.2%인 546만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또 16조7000억엔어치를 해외에 팔아 일본 수출총액의 20.5%를 차지했습니다.더구나 일본은 중국산 부품·가공품 의존도가 21.1%에 달합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긴급대책에 중국의 제조공장을 일본으로 옮기는 기업에 비용의 3분의 2를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시킨 배경입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물류 시스템이 멈추고 수요가 급감하자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은 건 이 같은 이유들 때문입니다.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긴 제조업 글로벌화가 독이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대처하려면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글로벌화를 주도한 미국의 산업이 실적 측면에서 선전한 비결도 정보통신(IT)과 의료, 헬스케어 등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린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습니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제조업 편중이 독 됐다일본 기업들이 코로나19에 휘청거리는 건 1분기 뿐만이 아닐 듯 합니다. 산케이신문이 일본 주요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전문가 28명에게 물었더니 일본 상장사들의 순익은 2분기에도 64.9%, 올해 전체적으로는 33.6% 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일본 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다소 의외입니다. 지난 2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집단 감염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피해가 적은 나라로 인식됐기 때문입니다.
4일 오전 10시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수는 1만5791명, 사망자수는 549명으로 감염자수와 사망자수가 각각 115만명과 6만7000명에 달하는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들보다 피해가 훨씬 적습니다. 특히 기업들의 실적이 격감한 1분기 동안 일본의 감염자수는 2000명을 겨우 넘었습니다.그런데도 일본 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은 코로나19에 취약한 산업구조와 중국에 집중된 생산의존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큰 업종은 항공, 소재(화학 제철)·에너지(석유 천연가스), 자동차, 소매판매·서비스 부문이었습니다. 항공과 소재·에너지는 적자 전환했고, 자동차와 소매판매·서비스 업종의 이익은 각각 80%와 30% 이상 급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일본의 주력산업들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3월31일 발표한 2019년 일본 경제구조실태조사 1차집계 결과를 보시죠.도소매업과 제조업이 일본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매출 기준)은 각각 32.7%와 27.2%로 60%에 달합니다. 금융업(7.8%)과 정보통신업(4.2%) 등 미국이 강세를 보이는 업종은 10%를 겨우 넘으니 편중도가 상당한 편입니다.◆자동차 수출비중 20.5%의 暗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더라도 건축자재·광물·금속재료 도매업(7.0%), 기계기구 도매업(5.4%), 자동차 등 운송기구 제조업(5.2%), 음식료품 도매업(4.8%) 화학공업(2.6%), 생산용 기계기구 제조업(1.6%), 전기기계기구 제조업(1.5%), 전기업(1.4%), 석유제품 제조업(1.3%) 전자부품·전자회로 제조업(1.3%) 등 비중이 눈에 띄는 업종은 죄다 제조업이거나 글로벌 물류공급망에 의존하는 도소매업입니다. 사회보험·사회복지·간호업의 비중(5.7%)이 2번째로 높은 것은 일본의 고령화 정도를 보여주는 씁쓸한 현주소입니다.일본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새삼 부각되고 있는데요. 일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매출은 18조1000억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했습니다. 제조업 품목 가운데 가장 큽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체 취업인구의 8.2%인 546만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또 16조7000억엔어치를 해외에 팔아 일본 수출총액의 20.5%를 차지했습니다.더구나 일본은 중국산 부품·가공품 의존도가 21.1%에 달합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긴급대책에 중국의 제조공장을 일본으로 옮기는 기업에 비용의 3분의 2를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시킨 배경입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물류 시스템이 멈추고 수요가 급감하자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은 건 이 같은 이유들 때문입니다.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긴 제조업 글로벌화가 독이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대처하려면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글로벌화를 주도한 미국의 산업이 실적 측면에서 선전한 비결도 정보통신(IT)과 의료, 헬스케어 등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린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습니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