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경보 '심각'에서 낮출까…"국내외 상황 고려해 판단"

1월 20일 '주의'→1월 27일 '경계'→2월 23일 '심각' 상향 조정
신규확진 10명 안팎 유지·지역사회 감염 감소 vs '팬데믹' 지속
방역당국 "현 상황 지속 여부·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현재 최고 수위인 '심각'에서 아래 단계로 낮출지에 관심이 쏠린다.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관심' 단계였던 위기경보를 한달여만에 주의-경계-심각으로 순차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최근 환자 발생 자체가 줄어들고, 방역망 안에서 확진자 관리가 되면서 위기경보 단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로 끝나는 '황금연휴' 이후 국내 확진자 추세를 보고 위기경보 단계를 조정할지 검토할 예정이다.국내 확진자 발생이 하루 10명 안팎 수준으로 유지되고, 확진자 관리가 방역망 안에서 이뤄지면서 위기경보 수위를 '경계'로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단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이 지속하면서 심각 단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네 단계로 운영된다.'해외에서의 신종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관심), '해외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주의),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의 제한적 전파'(경계),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자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국내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난 1월 27일에는 '경계'로 재조정했다.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선제 조치였다.

위기경보가 경계로 상향된 건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이 터졌고, 하루가 다르게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월 23일 국내 누적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자 정부는 위기경보는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표]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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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해외 신종 감염병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
│ │ │ 병 │
├────────┼──────────────┼─────────────┤
│ 관심 │ 해외에서의 신종감염병의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
│ (Blue) │ 발생 및 유행 │ 병의 발생 │
├────────┼──────────────┼─────────────┤
│ 주의 │해외 신종감염병의 국내 유입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
│ (Yellow) │ │ 병의 제한적 전파 │
├────────┼──────────────┼─────────────┤
│ 경계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
│ (Orange) │ 의 │ 병의 │
│ │ 제한적 전파 │ 지역사회 전파 │
├────────┼──────────────┼─────────────┤
│ 심각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
│ (Red) │ 의 │ 병의 전국적 확산 │
│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 │
│ │ 산 │ │
└────────┴──────────────┴─────────────┘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18일 이후 전날까지 17일째 20명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대부분은 해외유입 사례로 검역이나 2주간 의무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 중에서 나오고 있다.

확진자 발생 양상만 놓고 보면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이 터지기 이전과 비슷한 모양새여서 위기경보를 경계로 낮추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 역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며칠째 신규 확진환자가 1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대부분이 해외 입국자로서 검역단계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일부터 방역체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회·경제활동에 대한 제약이 풀리는 '생활방역'으로 전환되고, 등교개학이 시작되는 것도 위기경보가 낮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활방역에서는 심각 단계에서 내려졌던 집단행사 개최나 다중 밀집시설 이용 제한, 모임·행사 등 외부 활동 자제 권고 등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학 연기, 온라인 개학으로 문을 닫았던 학교도 이달 중순 문을 연다.

교육부는 고3은 이달 13일부터, 나머지 학년은 20일부터 단계적으로 등교개학을 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 섣불리 위기경보를 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앞서 위기경보 조정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9 팬데믹 상황을 여전히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 등을 참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겨울에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재유행' 가능성이 높은 것도 위기경보를 낮추는 데 걸림돌이다.

현재 안정세에 접어든 상황만 보고 위기경보를 낮췄다가 몇개월 만에 다시 수위를 높이면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확진자 발생 숫자가 줄어든 것만 놓고 보면 위기경보를 낮추는 게 맞지만, 여전히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가 있고,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위기경보 조정은 국내외 상황을 다각도로 고려해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역시 감염병 위기경보 조정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날까지 이틀 연속 '0명'을 기록하고는 있으나 국내외 요인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 세계적인 위기를 경고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아직 네 가지 단계 중 세번째인 '집단 발생'이 벌어진 나라로 분류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현재 상황이 얼마만큼 지속할지 여부, 여러 가지 여건이나 환경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매일 아침 전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유례없는 점검을 하면서 범정부적으로 위기경보 단계에 대해서도 다 같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